▶ REC 알이씨
 


2011, 퀴어 멜로, 65분, 청소년 관람불가

제 작 : 핑크로봇필름
제 작 : 송태종
감 독 : 소준문
촬영/조명 : 권순경
캠코더촬영 : 송삼동, 조혜훈
동시녹음 : 김신용
편 집 : 소준문, 김혜진
배 급 : 영화사 진진 ...more

2011년 11월 24일(목) 개봉
http://recinlove.blog.me

 

출 연
송영준 :: 송삼동
서준석 :: 조혜훈


About MovieDirector's Comment


↘ 영화제 초청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경쟁부문 초청 (2010)
제4회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부문 초청 (2010)
제11회 서울LGBT필름페스티벌 퀴어장편부문 초청 (2010)

<종로의 기적>이후 세상 밖으로, < REC 알이씨 >
 

2011년 6월,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의 개봉은 그 동안 매체와 주류 사회가 간직하던 게이에 대한 선입견을 통쾌하게 날려버린 신선한 도발이었다. 외모, 패션과 섹스만 연상하던 게이들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그들의 삶과 사랑, 관계와 연대, 인권과 복지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며 그들과 우리의 심정적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종로의 기적> 중 '끝나지 않은 숙제'편에 출연한 영화감독 소준문은 영화를 준비하며 제작진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몰이해와 거부감을 느끼며 자신에게 과연 감독의 역량이 있는 것인지 회의에 빠진다. 감독은 결국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해답을 얻고 감성 퀴어 멜로 를 만들게 된다.


<후회하지 않아>, <친구 사이? > 퀴어 영화의 계보를 잇다!
 

미화하지 않은 게이들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는 퀴어 영화가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고, 게이들의 사랑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보여준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연작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 사이?>는 친근함을 확보했다. <종로의 기적>은 다양한 화두를 제시하며 30대 게이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이제 소준문 감독의 < REC 알이씨 >는 앞선 영화들이 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평범한 성소수자들의 사랑, 드러내놓고 사랑하기엔 현실이 버거운 게이들의 애달픈 정서가 녹아 들어간 사실적인 연애담. 다수의 퀴어 영화가 성소수자가 사회와 맺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에 집중한 나머지 개인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가 부족했다면 < REC 알이씨 >는 오히려 한 커플에 초점을 맞추며 평범한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솔직하게 그리며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미래가 있을까
 

게이들의 사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은 기념일을 축하하는 영준과 준석의 하룻밤을 툭 떼어내어 관객에게 던져 놓는다. 모텔 방에 들어선 영준은 캠코더를 꺼내며 자신들의 모습을 기록하자며, 촬영이 내키지 않는 준석을 열심히 설득한다. 평소처럼 함께 샤워를 하고, 초를 켠 케이크 앞에서 장난을 치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쉽게 하지 못한 말들을 털어놓는 연인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함께 해온 지난 5년을 추억하며 밤은 깊어간다. 그렇게 준석과 사랑을 나누던 영준은 돌연 눈물을 흘리고, 자신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전작 <올드랭 사인>에서 한때 사랑했던 상대를 만나 회한에 빠지는 노년의 게이 커플을 보여주었던 감독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와 현실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저울질해야 하는 게이 커플의 현실적인 장벽을 보여준다. 30세 영준과 26세 준석에게 당면한 과제는, 이성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는 '일반적인 삶'이다. 정해진 삶에서 벗어나느냐 마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과 사회적 관계로부터 들어오는 공공연한 압력을 견뎌야 한다.


오늘 밤이 끝나버린 뒤… 게이 커플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찾았던 은밀한 종로 뒷골목의 특별한 밤이 끝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영준과 준석에게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활을 반복하게 될 거라는, 이 관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거라는 절망적인 예측 앞에서 그들은 지금의 사랑에 더욱 몰입한다.

첫 만남의 인상, 각자의 가슴에 묻은 말, 함께 했던 여행의 소소한 추억 등을 꼼꼼한 복기하려는 영준과 준석은 그 기억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맹세하거나 사랑 없이 남겨질 생을 버틸 힘을 구하려 한다. 동성애자의 사랑이 결국은 부딪히게 될 슬픈 내일을 차마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이들은 '게이들의 사랑에서 1년은 5년과도 같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어' 같은 자조적인 말을 내뱉을 뿐이다.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영준과 준석이 나누던 대화는 영화가 끝나도 아프게 남는다. 이들에게 오늘은 지금껏 힘겹게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낸 시간들에 대한 축복이자 불투명한 미래를 환기시키는 시한부 사랑의 확인사살이다.


파격적인 전라 노출, 배우들의 이유 있는 열연!
  의 첫 장면은 함께 샤워를 하는 두 남자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5년이나 사귄 연인들이 함께 샤워를 하는 모습은 전혀 거리끼거나 이상할 것도 없지만, 주류 영화처럼 세련된 편집이나 희화화된 캐릭터의 도움 없이 동성애자의 섹스를 갑자기 목격한 관객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의 섹스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중적인 시선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던 감독은 충격요법을 택한다. 거짓말로 동성애자들의 관계를 포장하거나 자극적으로 보이게끔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오히려 처음부터 작정하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이다.

셀프 카메라로 게이들의 하룻밤을 담아내다,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연애 중인 게이 커플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셀프 카메라의형식을 도입한다. 그들의 특별한 하룻밤과 섹스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차츰 감정이 쌓이는 극적인 전개를 위해 < REC 알이씨 >는 이야기의 순서대로 촬영을 해 나갔다. 첫 장면에서 전라 노출에 키스 연기로 시작해야 했던 배우들 역시 큰 부담감을 느끼며 촬영에 임했다.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장면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난생 처음 시도하는 동성애자 역할,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설정에 자연스러움은 최대의 관건이었고 배우들의 순발력과 열린 연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작업이었다. 노출을 두려워 않고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두 배우의 덕분에 < REC 알이씨 >의 사랑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