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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한국영화는 가짓수로는 적었지만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이나 완성도에선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세친구>를 만들었던 임순례감독의 '화려한 복귀'로 빛났고,
<라이방>은 장현수 감독의 완벽한 변신으로 놀라움을 줬다. 공교롭게도 두 작픔 모두 10억원 정도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고, 올 가을 개봉한다.
장현수(42)감독은 <걸어서 하늘가지><게임의법칙><본 투킬>등의 전작이 보여주듯
선굵은 액션과 누아르 장르를 설렵해왔다. 하지만 <라이방>은 남자판 '개 같은 날의 오후'라는 애칭을 얻은
것처럼 볼품 없는 남자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풀어가며 세상을 풍자한다.
세명의 젊을 택시운전사가 무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축축한 땀냄새 대신 한 바탕 웃음을
뽑아낸다. 누구나 겪어봄직한 소소한 일상이 이들을 녹초로 만들어가는데,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회사상무가
아들이 뼈빠지게 모아온 돈을 가지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이에 대졸 출신의 운전사 준형이 뜻밖의 결심을
한다. 두 친구에세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를 아느냐' 며 허름한 아프트에 살지만 엄청난 현금을 감춰두고
있다고 소문난 한 노파의 집을 털자고 충동질한다. 마침내 노파의 집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이 이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데, 장 감독은 여기서, 그동안 얘써 숨겨왔다는 듯이, 빼어난 코믹 장면 들을 연출해냈다."누구나
이전의 작품 경향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액션이 아닐 뿐 남자들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결국 같다." 남자들 이야기임은 분명하나 거기에서는 거북살스런 남성제일 세계가 아니라
편히 휠 그늘을 찾아 헤메는 우리의 이웃이 포개져 있다.
그리고 희망에 대한 낙관이 담겨 있다. "인간은 행복이나 불행을 선택할 수 없다.행복이나
불행이 인간을 선택할 뿐이다. 하지만 당하지만 말고 용기를 내자는 것, 맘먹기에 따라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제목 '라이방'은 선글라스의 대표적인 상표 '레이벤'을 우리 식으로 불렀던 데서
따왔다. "어렸을 때, 모든 선글라스의 통칭이 라이방이었다. 라이방을 통해 어떤 역사성을 짚어보려 했지만
전진이 잘 안 됐다. 멋지게 폼 잡는 게 선글라스이지만 영화에 선 반대다, 사는게 무서우니까 검은 안경
뒤에 숨고 싶어사는거다."
주인공을 맡은 김해곤, 조준형, 최학락씨는 영화속에서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각자의 개킥터에 실제의 개성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싶었는데, 세 배우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송민호씨와 함께
처음부터 함께 대본 작업을 했다고 한다. (자료 협조 : 신화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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