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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삶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적 변화에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엔 종교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데, 거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삶의 질서 속에서 일정부분 우리에게 주어진 통제 가능 범위, 즉 상대적으로 대단히 좁은 편차 사이를 움직이는 가운데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삶의 모호함과 근원적 고통에 대한 의미,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종교적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순서상으로는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적으로는 A톤, B톤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A톤과 B톤 두 축은 하나로 묶어 전개해도 별 무리 없이 연결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전체 스토리는 각각 독립적으로 하나의 이야기 축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 주인공의 심리 상태나 상황들도 A톤, B톤 양쪽에 걸쳐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편, A톤과 B톤이 합쳐져 전체 이야기를 이루는 데는 몇 가지 어긋나는 점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문호와 윤정의 전화내용과 시차,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의 전환, 종규가 수현과 방에서 차를 마시고 있지만, 밖에서 또 다른 종규는 최교수와 술을 마시는 것, 골목길에서 바라보는 수현의 집 내부와 곧바로 이어지는 수현의 집을 방문한 종규...

또한 B톤 장면은 공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남녀가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섹스를 하는 경우에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분명하게 보여지지 않으며 소음도 최대한 배제하여 사실적인 A톤 화면과 대비될 것이다.

이러한 구성상의 특징들은, 표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는 별도로 스토리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즉 도덕/부도덕, 결혼/불륜, 불법/합법, 사람들의 이중적 성향들 (이 영화의 네 주인공은 서로 각기 다르면서도 비슷하며 심지어 문호와 종규는 어쩌면 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또한 쾌락/불쾌, 삶과 죽음 (마지막 씬은 죽음을 암시하지만 그것은 곧 영생을 갈망하는 것이기도 하며, 종규의 사라짐은 미스터리로 남는다)의 경계가 모호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 현실은 비현실이고 꿈은 곧 현실이고, 사람들은 비슷하기도 하고 서로 다르기도 하고, 사는 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구원의 문은 멀리 있기도 하고 가까이 있기도 하고, 죽음의 문제는 곧 삶의 문제이고, 사랑은 소중하기도 하고 별거 아니기도 하고, 종교는 무겁기도 하고 새털처럼 가볍기도 하다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만 보면 사랑, 결혼, 섹스와 같은 세속적 가치의 허구성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삶의 모호함과 근원적 고통에 대한 의미,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종교적 구원의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거대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삶의 질서 속에서 일정 부분 우리에게 주어진 통제 가능 범위,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대단히 좁은 편차 사이를 움직이는 가운데, 사람들이 힘겹게 추구하는 변화는 어떤 의미이며, 그러한 오차범위를 뛰어 넘으려는 종교적 가능성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