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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의 명불허전 열연은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물론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추억까지 자극한다. 세 배우는 촬영 현장에서부터 실제 친구와의 훈훈한 순간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우정을 더욱 빛냈다

<소풍>의 시나리오를 먼저 본 나문희 배우가 김영옥 배우에게 출연을 직접 권했을 정도. 인생에서 서로를 알고 산 세월이 더 긴 나문희, 김영옥 배우는 영화 <소풍>에 누구 한 명이라도 출연을 안 하면 둘 다 포기하려 했을 정도로 동반 출연에 대한 의지와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캐스팅 당시 두 배우의 역할은 바뀌어 있었다. 김영옥 배우가 서울내기 은심을, 나문희 배우가 고향친구 금순을 연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김용균 감독이 작품을 맡고 나서 깊은 아픔을 숨긴 채 살아온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은심'을 나문희 배우로, 친구와 자식에 대한 속 깊은 사랑을 간직하지만 겉으로는 유쾌하고 강한 '금순'은 김영옥 배우가 적역이라 생각해 역할을 바꿔 제안했다. 감독의 의견에 따라 지금의 빛나는 캐릭터로 영화 <소풍>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후 박근형 배우는 시나리오를 전달받은 다음날 아침에 바로 출연을 결정할 만큼 작품을 마음에 들어 했고, 김영옥 배우와는 오랜 친분이 있는 반면, 나문희 배우와는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 긴장감이 영화 속 은심과 태호의 관계에도 잘 녹아 들었다.

가수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영화에 삽입되는 것은 <소풍>이 최초의 사례다. 부산영화제 출품을 위해 편집을 마무리하던 중 우연히 '모래 알갱이'를 듣게 된 감독과 제작진이 노래와 영화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고, 임영웅의 소속사인 물고기뮤직 측에 요청을 했다. 이에 물고기뮤직이 작품의 취지와 팔순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주연 배우 세 분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흔쾌히 사용을 승낙했다.

영화 <소풍>과 '모래 알갱이'의 만남은 큰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이 노래는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에 감독과 제작진은 "이 자리를 빌어 임영웅씨와 물고기뮤직에 정말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한다.

영화에서 김영옥 배우가 연기하는 '금순'은 독학으로 글을 배워 달력 뒤에다 시를 쓰고, 김영옥 배우는 촬영 마지막 날에 모든 스탭에게 나태주 시인과 함께 출간한 책을 선물로 주었다. 여기에 임영웅 또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다 영감을 받아 '모래 알갱이'를 작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제작진은 나태주 시인과 영화 <소풍> 또한 인연이라고 생각되어 만남을 청하였고, 나태주 시인은 흔쾌히 손글씨로 '소풍' 낙관과 함께 적어 주셨고, '하늘 창문'이라는 시도 헌정해주셨다. 특히 영화의 제목 <소풍>은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한 구절인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에서 기인했고, 나태주 시인은 <소풍>의 뜻풀이로 "잠시 바람을 쐬며 야외를 거닐면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라며 우리네 인생을 '소풍'이라는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해 주기도 하였다.

<소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일상의 사실감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곳이어야 했다. 전국적으로 그런 곳이 드물었지만 스탭들의 노력 끝에 보석 같은 곳이 많아 보물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남해를 찾았고, 이곳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영화의 많은 분량을 남해에서 촬영했는데,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많았다. <소풍>의 공간들은 일상의 사실감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담겼고 이는 화면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서울 장면들은 실제로는 대도시인 부산에서 촬영됐다. 촬영장이 남해와 부산의 바닷가라는 낭만이 '소풍'간 것 같은 일관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김용균 감독은 양가 부모님을 모두 떠나 보낸 몇 년의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있던 중 <소풍>을 접했고, 작품 속 주인송들의 마음과 고뇌가 더욱 와 닿았다. 특히 시나리오에 담긴 노년의 사실적인 삶과 대사 등의 묘사가 살아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 부모들과 영화의 주인공들이 던지는 삶의 마침표에 대한 고민은 노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소풍>이 대중적인 공감대를 가진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이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 둘 떠나 보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소풍>을 통해 해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여기에 "그 순간에 누구와 함께 있을 건인지,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인지. 우리 모두가 외면하지 말고 준비했으면… 그 준비를 함께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