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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 가장 논쟁적이고 뜨거웠던 역사의 순간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스탭들은 그 어떤 힘든 촬영도 마다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그 시대 그 자체'를 실제로 경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질감, 공간감, 색감 등 모든 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것.

먼저 한재림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내경'이라는 인물이 이동하는 동선에 따른 공간감의 변화였다. 이를 위해 감독과 제작진은 4개월에 걸친 로케이션 헌팅, 세트 작업, CG의 도움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다. 또한 그들은 '내경'이 궁에 가기 전까지는 영화의 색감을 절제시키고, 반대로 입궁한 이후부터는 궁의 화려함과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위압감을 통해 '내경'이 속한 공간들을 대비시키고자 했다. 이후 '내경'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관객들이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끔 느와르톤의 라이팅과 촬영기법이 활용되었다. 여기에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더욱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데, 이 같은 영화의 빠른 흐름과 속도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달리(TV나 영화 촬영시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세트를 싣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고가(高架) 이동활차)를 활용했다. 촬영 당시 영하 20도가 넘는 체감 온도와 크레인을 띄우지 못할 만큼 거셌던 바람 등, 촬영환경이 열악했지만, 제자진들은 관객들이 사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도 눈 여겨 볼만 하다. 스탭들은 '내경'과 '팽헌'이 '연홍'을 처음 만나는 순간 그들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자 했으며, 권력을 잡기 위해 야망을 품는 인물인 '수양'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로우 앵글과 강한 콘트라스트를 통해 힘 있고 웅장한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수양'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위압감과 위기감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컷을 나눠 촬영했는데, 먼저 발과 다리 등을 클로즈업으로 담고 얼굴은 마지막에 드러나게해 강한 캐릭터의 느낌을 극대화시켰다. 반대로 '김종서'의 얼굴은 한 두 컷 정도로만 임팩트 있게 담아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렇듯 영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각도로 풍부한 영상을 담아낸 <관상>.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직접 뛰어든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줄 <관상>의 영상은 대한민국 사극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새로운 사극 영화의 경지를 보여줄 것이다.

조선 초기, 뜨거웠던 시대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 <관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현실감 있으면서도 최상의 비주얼로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요소는 바로 영화의 2/3을 차지하는 로케이션이었다.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촬영지를 찾기 위해 스탭들은 약 3~4개월에 걸쳐 북한을 제외한 전국 각지를 샅샅이 다녀야 했다.

한재림 감독은 주인공 '내경'이 이동하는 동선의 '공간감 변화'를 중시했다. '내경'이 칩거하던 설매재, '연홍'을 따라 가게 되는 한양의 기생집, '김종서'를 만나는 사대부 집, 왕의 부름을 받아 들어가게되는 궁까지,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내경'이 역사의 광풍에 뛰어드는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장소의 공간감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곳. 그 것이 촬영지 선정의 가장 큰 숙제였다. 또 한가지 로케이션 선정의 중요한 조건은 바로 '리얼리티'였다. 이를 위해 감독과 제작진은 세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조선시대를 오롯이 구현할 수 있는 명소들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 경기도 양평, 경북 문경새재, 전북 남원, 경남 하동 등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전국 방방곡곡을 <관상>의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로케이션이 빛을 발한 공간은 설매재와 '수양대군'의 연회장이다. 먼저 설매재는 양평 설매재 자연휴양림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매화가 피었다하여 '설매재'라 불리는 이 곳은 정상에 다다르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보기만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초원과 그 중심에 위치한 작은 초가집. 이 곳이야말로 '내경'이 '팽헌', '진형'과 함께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워낙 산 속이라 교통과 여러가지 여건이 불리하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장소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제작진들은 이 곳을 촬영 장소로 선정했다. 제작진들이 로케이션 장소 중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고 손꼽는 수양의 연회장 촬영지는 경북 문경새재 도립공원이다. 영화 속 수양의 연회장 같은 큰 규모의 장소는 사실상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때문에 연회장 입구와 연회장 내부 공간은 다른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그 결과 세트로는 표현하기 힘들었을 대규모 연회 장면이 거대한 스케일의 영상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렇듯 전국 방방곡곡을 조선 초기, 뜨거웠던 시대로 구현한 <관상>은 아름다우면서도 리얼한 영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관상> 제작진들은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로케이션을 기본 요소로 생각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공간감과 스케일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장소들을 모두 로케이션으로 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근정전, 왕의 사저, 서고, 수양대군의 사저, 기생집 등 몇몇 주요 공간들은 대규모 세트로 제작되었다. 프리 프로덕션 디자인에 6개월 동안 공을 들였고, 세트 제작에만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정도로 한재림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탭들은 역사 속 공간을 재현하기 위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세트들 가운데에서도 <관상>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세트는 바로 근정전 세트다. 양수리 촬영소에 제작된 <관상>의 근정전 세트는 실제 근정전과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길이감과 높이를 자랑한다. 이는 공간 전체의 스케일감은 물론, 왕과 '내경'의 거리감을 강조해 조선 초기, 왕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하준 미술 감독은 색감과 재질, 공간의 형태를 많이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근정전 세트를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만 무려 2달. 하루에 50명의 스탭들이 나무로 일일이 끼워 맞추는 작업을 거쳐 웅장하면서도 디테일한 근정전 세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근정전 세트가 완성된 이후 양수리 촬영소 관계자는 '양수리에서 제작된 세트 사상 이렇게 많은 조명을 사용한 적은 처음이다'라고 전했다고. 공간이 클수록 그만큼 조명이 많이 사용되는 점을 생각하면, 근정전 세트의 스케일감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조명 때문에 한 겨울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장 내부는 사우나처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었다는 후문. 또한 이 세트는 근정전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 내부의 다른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트랜스포머처럼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거대한 하나의 공간을 만들고 여러 방식의 배치와 다양한 각도 촬영을 통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며 근정전 세트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스탭들의 땀과 열정으로 완성된 근정전 세트는 이제껏 어떤 사극에서도 볼 수 없던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관상>이 명품 사극의 타이틀에 손색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웅장하고 압도적인 스케일 외에도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운 볼거리들을 스크린 곳곳에 배치,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살려냈다는 점이다. 먼저 경복궁의 근정전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궁궐, 기생집, 사대부집 등을 세트에 그대로 재현한 제작진은 세트 곳곳에 최고의 소품을 배치했다. 한 땀 한 땀 직접 자수를 놓아 수공예로 제작한 병풍과 실제 유명 장인이 만든 자개장 등, 영화 속 등장하는 가구와 소품들은 시중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소품들로 그 자체만으로도 <관상>의 볼거리에 화려함을 더한다. 또한 조선시대 관상쟁이가 관상을 볼 때 쓰는 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제작진들이 아이디어를 낸 방사형 자는 '내경'과 딱 어울리는 소품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제작진들이 소품만큼 공을 들였던 부분은 의상이다. 의상만큼 캐릭터들의 계급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판단했던 그들은 의상을 통해 내경과 기생, 사대부와 왕까지 계급에 격차를 두었다. 또한 극 초반에 무채색에 가까울 만큼 색이 죽어있었던 '내경'과 '팽헌', '진형'의 의상은 점층적으로 원색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색을 넓혀가면서 점차 권력에 다가가는 주인공들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채도가 높아지면서 강렬한 원색의 의상이 등장하는 것은, 의상을 통해 인물들이 권력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표현하는 장치적인 요소로 활용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의상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관상>이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스타일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색을 남발하면서 화려함만을 추구했던 기존의 사극들과는 달리, 색의 절제를 추구하면서 그 가운데에서도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 이 때 문제되었던 것이 바로 기생인 '연홍'의 의상. 화려한 느낌이 많이 표현되어야 하는 기생의 의상에 색을 다운시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추구했던 것은 소재를 통해서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보라색, 검정색 등의 어두운 컬러에 시스루나 레이어드 스타일을 가미함으로써 캐릭터의 섹시함을 한층 살렸다.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최고만을 고집한 <관상>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품과 의상으로 관객들의 눈을 매혹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