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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홍상수 감독 작품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홍상수 감독에 대해 생각했던 바와 직접
만났을 때의 느낌은 어땠는지 알고 싶습니다.
카세 료 |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매우 정직하고 실험적입니다. 그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감독님을
직접 만나고 바로 좋아졌습니다. 같이 있으면 즐겁습니다.
Q2. 홍상수 감독은 아침에 대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촬영 중에 아침마다 대본을 받을 때 힘들진
않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카세 료 | 홍감독님이 쓴 대본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방식을 찬성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홍감독님이
쓴 대본은 웃음이 나올 만큼 이상하기도 하고, 무서울 만큼 날카롭고, 그리고 놀랄 만큼 간소하고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각 배우들의 입에 잘 붙도록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대본을 받는 것은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Q3. 촬영 전이나 촬영 중에 감독과 나눈 대화 중에 작품을 하는데 도움이 된 대화가 혹시 기억나는 게
있습니까?
카세 료 | 홍감독님이 촬영 전에 자주 "Let's see what happen(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라고
얘기했는데 그것이 제일 인상에 남습니다.
Q4.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완성된 대본이 없기 때문에 모리라는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연기함에 있어서,
다른 대본이 있는 영화들 안에서 연기할 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역할에
임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카세 료 | 무슨 이야기인지도, 어떤 역할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접근은?"이라고 물어보셔도 아무것도
없습니다(웃음) 영화가 들어가기 전, 일본에서 처음 홍감독님과 만나고 나서 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매일 스탭들과 다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밤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같이 보낸 시간이 전부 역할에 담아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Q5. 영화를 보시고 나서 영화 속 모리란 인물과 실제 당신과의 비교를 혹시 해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런
비교가 의미 있으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그랬습니까?
카세 료 | 모리는 나의 자신인 것 같기도 하고, 홍감독님 자신인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해서, 보고 있으면 매우 희한합니다. 연기하는 것은 언제나 평상시 자신의 숨어 있는 부분, 알지
못했던 부분을 의식하게 만듭니다.
Q6. 일본을 넘어 다국적 영화에 많이 출연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 오셔서 촬영한 소감을 알고 싶습니다.
촬영과 관련해서건 한국적 생활에 대한 관찰이나 느낌이건 다 좋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모리는 이방인이고,
실제 카세 료도 촬영 시에 한국에 온 이방인이란 일치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역할을 하는 데 어떤 도움을
받으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카세 료 | 어떻게든 영향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이라고 해도,
제가 알고 있는 것은 홍감독님의 주변 사람이나 장소뿐입니다. 굉장히 좋았습니다. 한국요리도 매우 맛있었습니다.
Q7. <자유의 언덕>에서 모리는 [시간]이라는 책을 읽고 있고, 꽃을 오래 보고 있으면 시간이란 것을
잊는다고, 그래서 어떤 전체와의 일치를 느끼고 "안전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당신은 영화를 찍는
중에건, 완성 된 영화를 보시고 난 후 건, 시간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나 생각을 갖게 되신 적이 있습니까?
카세 료 |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매우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경험한 일을 생각해낼
때, 그 경험과 같은 길이나 순서를 갖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손목시계의 바늘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질서 같았던 시간도 있다면, 낚시를 하고 있을 때처럼 무언가 더 특별한 것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시간도
있고...
Q8. 실제 음주 신에서는 술을 마셔야 했을 텐데, 힘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영화 속에서 문소리와 와인을
마시는 신은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지는 백미의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날의 촬영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관련해서, 이 장면 촬영 전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To Know Him
is to Love Him'을 계속 틀어놓고 촬영에 필요한 감정적 준비를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노래 등 평소 연기를 하는데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하시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카세 료 | 실제로 취하면서 연기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문소리씨는 항상 예측불가능하고,
현장을 정말로 자유롭게 숨쉬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는
매우 좋아합니다. 그때는 심야 촬영으로 모두가 매우 지쳐있었기 때문에, 홍감독님이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또 우리들이 그 기분에 집중하기 편하도록, 음악을 틀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제가 무엇인가
그런 특별한 일을 현장에서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 장면에서의 모리가 영선(문소리)과 이야기하는 [시간]에
대해서의 대화가, 마치 이 영화자체와 호응하는 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보낸
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고, 끊임없이 제 안에서 빙글빙글 순서 없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 영화의 모습과 잘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Q9. 문소리를 비롯해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기주봉, 이민우, 정은채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 영화에
자주 나왔던 배우들과 호흡을 함께 하셨습니다. 혹시 그분들을 전작 영화에서 관객으로서 경험하신 적이 있다면,
직접 만나셔서 작업 할 때 혹시 얻을 수 있었던 특별한 감상 같은 게 있었을까요? 아니면, 그 배우분들과의
작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혹시 있었다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카세 료 | 홍감독님의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을 실제로 만난 것은 감동이었습니다. 그들의 얼굴, 목소리,
성격, 연기, 모두가 멋있었습니다. 제가 특히 놀란 것은, 그들의 연기가 훌륭한 것은 물론, 그들의 평상시
모습의 훌륭함이었습니다. 모두 최고로 재미있고 마음이 따뜻한, 다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정말로
많은 도움을 받아서 매우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들을 가족이나 친한 친구처럼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Q10. 한 인터뷰에서 감독님 영화 중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해변의 여인>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꼽으셨습니다. <자유의 언덕>은 당신에게 어떤 영화가 될 것 같습니까?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혹시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카세 료 | <자유의 언덕>은 그 앞에 서서, 천천히 바라 보고 싶은, 아주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과
같은, 제게는 그런 작품이 되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좋아하는 대사는 "When do you feel happy, Mori-san? (언제
행복을 느끼나요, 모리상?)"입니다.
Q11. 마지막으로 <자유의 언덕>을 보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짧은 인사말 부탁 드립니다.
카세 료 | 이 영화는,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담배나 파이프의 연기처럼,
공기 같은 것을 올려다 보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몇 번이고 들이마시거나 내뱉거나 하는 것처럼,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편안하게, 여러 가지 일을 이것저것 생각하며, 영화를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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