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스 HERs
 


2007, 한미공동제작, 드라마
100분, 18세 관람가

제 작 : 프리콤프로덕션
공동제작 : 바다엔터테인먼트
제 작 : 김정중 l 프로듀서 : 오영환
각본/감독 : 김정중
촬 영 : Seamus Tierney
미 술 : Yoojung Han
음 악 : Charles B. Kim
배 급 : 스폰지 ...more

2007년 8월 2일(목) 개봉
홈페이지 ...spongehouse.cafe

 

출 연
20대의 지나 :: 김혜나
40대의 지나 :: 수지 박
루카스 :: 윌 윤 리


About MovieProduction Note


아무도 믿지 않았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란 사실을…
 

2007년 4월 전주.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무대 앞에 선 감독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이토록 섬세하고 감각적인 영화의 감독이 남성이란 사실에 한 번, 그리고 이토록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탄탄한 영화적 구성과 압도적인 스케일이 신인 감독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흐름 부분의 경쟁작으로 선정되었던 <허스 HERs>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첫 선을 보였다. 상영 직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질문들로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그 열기가 뜨거웠다. 김정중 감독과 그의 영화 <허스 HERs>를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찬사는 차세대 거장 감독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는 8월 2일 국내 개봉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영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한미공동제작 영화의 표본!
 

LA, 라스베이거스, 알래스카에서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100퍼센트 현지 촬영한 <허스 HERs>는 한미공동제작을 통해 한국영화가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인 '모범사례'이다. 기존의 한미합작영화들이 흔히 직면했던 시스템과 제작예산 등의 문제를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보다 주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정중 감독의 오랜 노력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한국 쪽 단독 진행이나 미국 쪽 단독 진행을 하기에는 해외에서 영화를 찍는데 힘이 부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감독 자신이 미국에서 영화일을 시작하며 설립한 현지 제작사를 적극 활용하여 예산은 한국 제작사에서 대고 시스템과 인력은 미국 제작사에서 대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여 그들이 배우로서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수, 열정, 환희와 광기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200퍼센트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는 감독이나 배우의 인지도가 아닌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한국영화를 알릴 수 있는 진정한 '세계 속의 한국영화 1호'로 남을 것이다.


영화 속 세 가지 꿈 이야기
 

영화 속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단절하며 삽입되어 있는 지나의 '꿈들'. 이 세 가지의 꿈 장면들은 몽환적이며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만 각 에피소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면에서 영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 길을 잃어버린 지나, 맑고 투명한 '진짜 사랑'의 꿈

그의 작업실에서 맞는 상쾌한 아침. 잠자리를 정돈하다가 우연히 벽에서 발견한 시력측정판. 한쪽 눈을 가리고 측정판 속 하트를 본다. 희미하게 흔들리며 좀처럼 또렷해지지 않는 하트를.

아직 꿈 많은 20대의 지나는 낯선 땅 LA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연히 루카스를 만난다.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은 하트 문신을 보여주며, '이렇게 하면 진짜 사랑이 이루어진대요' 라고 수줍게 속삭이는 그녀는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달콤한 꿈에 부풀어 낯선 땅에 홀로 서 있다는 외로운 현실은 잊은 채 LA의 하늘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꿈 속 하트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좀처럼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그녀가 찾는 '진짜 사랑'임을 아직 잘 모른다.

둘. 차갑고 건조해진 지나, 독하게 움켜잡은 꿈

노란 꽃이 가득 담긴 욕조 안에 빨간 가발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지나가 있다. 그리고 이내 욕조 안으로 서서히 잠기고 마는 그녀.

달콤한 꿈을 꾸며 해맑게 웃을 수 있었던 과거의 지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뜻한 관계, 진짜 사랑 그리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그녀의 꿈은 라스베이거스의 건조한 공기 속에서 물기 한 방울 머금지 못한 채 부서져 내린 것만 같다. 그 많던 20대의 꿈은 차갑고 건조한 삶의 터널을 지나오며 아픈 흔적으로만 남았고, 그 빈 자리는 세상을 향한 분노로 채워져 버린 듯 하다. 하지만 무뎌지고 잊혀져 가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에 남는 것이 꿈이라면, 그녀는 아직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다만 그 꿈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더 독하게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셋. 거친 삶의 끝에 선 지나, 거침 없이 돌진해서 이루고야 말 꿈

알래스카의 눈 덮인 길을 걷는 지나의 얼굴에는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가 가득 번져있다. 그녀가 오래도록 보고 싶어했던 순록이 눈 앞에 꿈처럼 서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아 가슴 설레었던 스무살의 꿈, 꿈은 커녕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듦을 알게 해준 서른살의 꿈을 거쳐 온 지나가 알래스카 한가운데 처연히 서있다. 그녀에게 '꿈'이란 더이상 비누방울처럼 허망한 대상도, 말라 비틀어진 장미꽃처럼 뒤틀린 아픔도 아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빛, 오로라. 단지 그 빛 한줄기를 보기 위해 무작정 알래스카까지 왔다. 맨몸으로 맞서 살아온 험난했던 삶의 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꿈을 이루고야 마는 그녀의 환희와 절규는 그녀 인생의 클라이막스이며 동시에 영화의 클라이막스이다.


그녀/그녀들의 꿈을 향한 대서사시!
 

<허스 HERs>는 세 명의 지나가 세 개의 다른 도시에서 서로 다른 인생의 시간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꿈을 향한 그녀들의 태도와 인생의 여정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마치 낯선 세 여성의 삶을 조각처럼 짜맞추어 완성된 퍼즐과도 같아서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에서 자기 삶과 닮은 조각을 찾아보게 만든다.

삭막한 도시에 홀로 팽개쳐져 있어도 꿈이 있기에 금세 웃음지을 수 있었던 20대의 지나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마냥 동쪽으로 동쪽으로 걷는다. 따가운 LA의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팜트리 사이를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쓸쓸해 보여도 저 멀리 어딘가에 꿈이 있기에 반짝반짝 빛난다. 미국 생활에 제법 익숙해진 30대의 지나는 쉽지 않은 삶을 거치며 차갑고 건조해져 있다. 마치 그녀의 방에 놓여 있는 화병 속 말라 버린 장미처럼 화려함을 잃고 잠시 웅크리고 있지만 분명 더 강인해져 있다.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독기를 뿜어내다가도 자신감을 잃고 한없이 자기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각자의 모습을 닮았기에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제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40대의 지나. 대체 얼마나 혹독한 삶을 살아왔기에 알래스카의 추위와 어둠 앞에서도 거리낄 것 없다는 듯이 처연히 서있는 걸까. 그 혹독했던 삶의 끝에서 절규하다가도 어느 샌가 뛰쳐나와 눈 밭을 구르며 환호성을 지르는 그녀는 '꿈'이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고자 했던 바로 '그녀 자신'이었음을 보여준다.


먼 길 돌아 온전한 나를 마주하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진정한 사랑'에의 꿈도, 끝없는 좌절을 안겨주며 현실을 비관하게 했던 '사회적 성공'에의 꿈도 그녀 자신보다 소중할 수는 없었기에, 모든 가식을 벗어 던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래스카에 선 그녀의 모습은 터질듯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고 황홀경에 빠지고 싶다는 그녀의 소박한 꿈은, 흔들리고 부딪히며 거칠게 살아온 그녀가 먼 길을 돌아 의연히 제자리에 선채로 그렇게 이루어진다. 결국 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내딛는 무수한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의 연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