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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그룹의 리더 장효

"요즘 아웃도어 캠핑이 대세라더니, 이젠 노숙도 유행이야?
노숙이 얼마나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한 일 인지나 알아?"

씨네아티스트 봉만대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는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 차원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사를 중시하고 야사를 경시하는 우리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절하되어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한 분야를 일갈한 사람으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감독 봉만대가 이번엔 연기자로 분하여 그가 지닌 색다른 끼를 대중 앞에 드러내려 한다. 때론 허풍스럽게 때론 진중하게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노숙자 그룹의 리더로 가슴 한 켠에 거대한 몽우리를 안고 살면서도 상처받은 사람을 그냥 둘 수 없는 오지랖 넓은 남자 장효가 마치 자신의 본질인 것처럼.

봉만대는 그동안 다른 감독들이 많이 그러하듯 카메오나 우정 출연으로 몇몇 영화에 얼굴을 비추다가, 2013년 자신의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주연 연기를 직접 맡아 화제가 되었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이어, 라디오 DJ까지 대중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그가 <한강블루스>에 그려진 장효의 모습 속에서 어느덧 연기로도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강블루스>에서 봉만대는 능청스런 허풍쟁이부터, 뜨거운 감정연기를 쏟아내는 모습까지 최선을 다해 열연을 펼쳤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보던 그의 얼굴이 아닌 새로운 봉만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초보 신부 명준

"당신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버렸습니다.
당신만을 사랑하라고 해서, 사랑하는 여잘 포기하고 신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하느님? 그 여자가 죽을 때 무슨 염치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까?"

5년 만의 스크린 컴백 기태영

'신의 사제가 되어 오직 그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었다. 사랑하는 여자와도 이별하고 그녀의 행복만을 기도했었다. 하지만 신은 그 여자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이제 더 이상 신도 인간도 자신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세상살이에 지쳐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신부…'

<한강블루스>의 기태영 캐스팅은 신의 한 수에 비길 만하다. 지금은 한 미녀 여배우의 남편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배우 기태영은 뭇 여성들에게 마음속에 한 번쯤은 품어보고 싶은 매력적인 남자다. 이런 남자가 실제로 신부가 된다면?! 현실 세계 밖으로 떠나버린 애인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제, 그를 바라볼 때 스며드는 애잔함은 극 중 강명준으로 분한 기태영이 스크린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순간 더욱 증폭된다. 한편, 속된 세상으로 뛰쳐나온 성스러운 사제는 영화 내내 성(聖)과 속(俗)의 경계 위를 지나며 온전한 인간애(愛)를 경험한다. 그래서 사제는 성스러우면서 속된 모습이어야 하며, 속된 무리 속에서도 성스러움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이 양면을 생명력 있게 담아낸 기태영의 연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다.

1997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연기를 시작한 기태영은 [지구 용사 벡터맨], [학교2], [카이스트], [하얀거탑] 등의 드라마로 입지를 굳혔다. 2009년 드라마 [인연 만들기]에서 가수이자 연기자인 유진과 연인 호흡을 맞춘 뒤, 결혼까지 하는 인연으로 발전, 현재 육아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로희 아빠로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공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강블루스>는 2011년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여자로 살아가는 아저씨 추자

"여자 옷 좀 입고 다닌다고, 아빠가 아빠 아닌가?
마음이 여자인 걸 아빠 스스로 정한 건 아니잖아!"

씬스틸러 김정석

배우 김정석은 영화계에서 숨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1985년 <길소뜸>(감독 임권택)의 아역(어린 김동진)을 시작으로 최근 화제작 <동주>(감독 이준익)까지 그가 연기한 영화만 해도 40편이 넘는다.

<한강블루스>에서 트렌스젠더 역을 소화하면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그동안 쌓아온 영화판 30년 내공을 모두 쏟아 부은 듯 강렬하다. 특히,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여전히 여장을 한 채 오리 배에 홀로 앉아 하모니카를 부르던 모습에서 신랑 곁에 서 있는 딸을 위해 하모니카로 축가를 연주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전환될 때, 그의 절제된 연기에서 오는 강한 콘트라스트는 영화 <한강블루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확고함과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추자의 복잡 미묘한 내면을 김정석의 연기가 감정의 과잉 없이 섬세하게 드러낸다. 영화 <한강블루스>는 국내외 영화대중들에게 배우 김정석의 확고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작품이 될 것이다.

수녀가 되고 싶은 미혼모 마리아

"너, 수녀 되면 평생 결혼도 못해! 남자랑 연애도 못한다고!"
"괜찮아요. 연애는 할 만큼 해봤으니까."

떠오르는 뮤즈 김희정

어두운 공간, 그 공간을 뚫고 지나는 영사기의 불빛이 대형스크린에 닿을 때 열리는 영화적 세상, 관객은 얼마 동안 숙명적으로 이 새로운 세계로 침잠하게 된다. 그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분신이고, 내가 그리는 비현실적인 이상형이며, 때로 내가 혐오하는 대상이거나, 내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이다.

그렇다면 영화 <한강블루스>의 세상에서 마주하는 앳된 얼굴에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아이를 밴 마리아는 누구인가? 일견 '싸가지 없고 개념도 없고, 말만 하면 주둥이를 한 대 때리고 싶게 하는 묘한 말투를 지닌' 그녀는 갈 곳 없고, 돌아갈 곳도 없는 가여운 소녀일 뿐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소녀 같지 않은 소녀이고, 정결한 수녀를 꿈꾸는 부정한 처녀인 동시에 고귀한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이자, 자식을 잃은 절망감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장효)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은인이다. 결국, 마리아는 영화 관객들이 숙명적으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속성을 한몸에 품은 듯한 여인이다.

농익은 배우들도 결코 쉽게 연기하기 힘든 마리아라는 복합체를 신선한 연기력으로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배우 김희정, 그녀는 <한강블루스>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한국영화의 놀라운 발견으로 평가될 것이다. 최근 국내 최대의 종합엔터테인먼트사 YG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더욱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준비를 한 배우 김희정, 그녀가 앞으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우뚝 서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