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이 몸부림칠 때
 
2004, 코미디/로맨스, 97분
15세 관람가


제 작 : ㈜마술피리
제 작 : 오기민 l 프로듀서 : 윤경환
감 독 : 이수인
각 본 : 서신혜,이수인 l 각 색:노동혁
촬 영 : 박기웅 l 조 명 : 신준하
미 술 : 배무철 l 편 집 : 김선민
음 악 : 김현종 l 동시녹음 : 손석현
배 급 : 쇼박스, 풍년상회 ...more

2004년 3월 19일(금) 개봉
홈페이지 www.momburim.co.kr


 

출 연
배중달 역 :
배중범 역 : 박영규
이필국 역 : 송재호
홍찬경 역 : 양택조
조진봉 역 : 김무생
송인주 역 : 선우용녀
순아 역 : 진희경
영희 : 이세영 l 철수 : 이재응


= 영화리뷰 =

중견 연기자들의 힘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남해의 시골 마을 물건리를 배경으로, 노총각 동생 중범(박영규 분)과 앙숙 진봉(김무생 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달(주현 분)을 중심으로 위자료로 받은 섬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은 송여사(선우용녀 분)와 그녀에게 반한 철없는 노인네 찬경(양택조 분)과 손녀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필국(송재호 분) 등 시골 마을 고독한 노인네들의 삶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각각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중견 연기자들의 호연과 재치로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노인들의 삶을 적절하게 배분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주 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박영규 등 탄탄한 연기력과 순발력을 지닌 베테랑 중견 연기자들이 선사하는 화려한 연기 앙상블이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에서도 외국의 경우(잭 니콜슨, 안소니 홉킨스 등)에 못지 않게 중견 연기자가 주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라는데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반면 극의 내러티브 구조가 단조로워 극의 긴장감을 긴 호흡으로 끌어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으며 노인들의 애환이 웃음 속에서 잘 표출되지 못해 감동까지는 주지 못한다. 또한 꿈을 통해 두 형제의 갈등이 화해되는 설정과 종반 중범이 게이라는 설정은 극적인 효과는 주지만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려 휴머니티에 대한 감동이 다소 반감된다.

<고양이를 부탁해>, <장화, 홍련> 등을 제작한 마술피리의 세 번째 작품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쇼박스가 배급하고 오는 3월 19일 개봉한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영화가 고독한 때를 니들이 알어?

 

이 영화 정말 고독하다. 이야기의 사공은 많고 과연 주인공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사뭇 궁금증을 안고 끝까지 사공들을 따라갔다. 역시나 주제는 없고 바다 근처는 가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게 걸지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들의 노련한 연기력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야기만 있고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그 무엇이 없어서다.

그 무엇이 과연 무엇이든가?
인간으로 치자면 소위 척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어주는 그것. 그것은 영화의 주제이며 또 생명인 두뇌다. 척추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있던가? 두뇌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상상불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고독이 몸부릴칠 때’ 인간들은 다소 엉뚱하고 엉뚱해진다는 그 무엇이라고.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고독하다. 메시지가 사라진 영화에서 잡풀만 무성하니 고독하기 그지없다.

어느 조그만 마을, 타조농장이 있어서 사건은 터진다.
마을의 핵심 가족이자 비정상적인 4가구 가족들의 일상이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그러고도 모자라 한밤중을 돌아가며 골고루 세심하고도 자상하게 보여준다. 마치 일일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이 짜임새는 도대체 무엇이더란 말이냐?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균등한 역할 배분이라도 해야하는 책무를 지닌 사람처럼 누구하나 소홀함도 없이 대거에 이르는 주인공들을 한명씩 화면에 그것도 순서대로 비춰준다. 짜여진 각본처럼 말이다.

손녀딸이 있기에 그래도 젊잖게 살아가는 영희할배(송재호 分), 50이 다되도록 장가를 못간 게이 성향의 동생(박영규 分)과 함께 사는 형, 배중달(주현 分),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동네 아낙들의 팬티를 훔쳐 입어야만 살 수 있는 그야말로 고독한 조진봉(김무생 分), 시킨 일 또 시키고 부모님 제삿날도 깜박깜박하는 마누라 건망증 정도는 애교로 봐넘길 수 있는 이 남자, 홍찬경(양택조 分) 그리고 여기다 한 가구를 더 붙이자면 식당을 하는 순아(진희경 分)와 이 집에 민박을 하게 된 서울할매(선우용녀 分)다.

과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던고?

고독하다는 거?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누구의 고독이 더 진하냐 옅으냐는 논할 꺼리도 못된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는 고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은 누구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독을 달래주고자 균등배분의 이야기를 조성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실로 가상하다. 그리하여 농익은 중견배우들의 연기는 짬짬이 것도 골고루 맛볼 수 있었으나 영화의 꽃인 메시지는 사라지고 잡풀만 무성한 펑퍼짐한 들판이 되었다는 야그다.

서울할매 선우용녀, 그녀가 타조농장이 있는 마을을 쉰 새벽부터 택시를 타고 들이닥칠 때 과연 그녀는 어떤 장치로 활용될 것인지 기대됐다. 하지만 그녀는 복병도 아니며 복선의 장치도 아니었다. 그저 마을에 놀러온 서울할매였다. 그래서 서울할매를 두고 벌어지는 독거노인들의 치열한 전투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야기는 바다로 가지 않고 점점 산으로 산으로 올라간다. 사공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더욱 더 그러하다. 과연 게이 동생을 둔 형과 이혼녀 순아의 결혼이 이 영화의 맥이었던가?

‘고독이 몸부림칠 때’ 영화 역시 몸부림치고 있었으며 그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몸부림친다. 간간이 쏟아지는 웃음소리는 그나마 노익장의 과시라 할 것이다. 행여 관객의 이 같은 행위에 섣부른 공상이나 착각을 먼저 하지 마시라.

다락방21 작가 양수련


치열한 진지함으로 몸부림 칠 때만 관객은 열광한다

 

중견배우들의 열연 돋보인 '고독이 몸부림칠 때'

한국 영화계도 이제는 블록버스터 시대를 맞아 저예산 영화들의 설자리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극장에 걸리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 배우들을 모아 전혀 새로운 코믹멜로물을 만드는 시도를 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기획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장편 영화는 단편 영화와는 다르다. 관객도 돈을 내고 들어오는 만큼 기대치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다르다. 장편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틀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단편 영화에서 쌓은 안일한 실력으로 승부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철저한 시간 계산과 기승전결의 운용이 없이는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없다. 지루함을 달래는 장치와 노력, 감동을 만드는 기술과 복선, 재미를 주는 상황과 장면의 설정, 화면과 음악의 배치 등, 장거리 마라톤을 달리는 선수처럼 준비하고 실력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단거리는 기록이 안 나와도 완주가 가능하고 누구나 뛸 수 있지만 마라톤은 완주하는 것 자체가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경우는 매우 힘들고 기록을 내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반농반어촌인 아름다운 물건리에서 생긴 일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는 물건리에 타조를 키우며 살고 있는 중달과 자식들에게 소외되어 심적으로 꼬여 있는 진봉은 눈만 뜨며 싸우는 철천지 원수이다. 49세가 되어도 장가갈 생각을 않는 중달 동생 중범,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필국, 구멍가게를 하는 주책덩어리 찬경과 그의 아내, 이혼 후에 횟집을 하는 참한 처녀 순아가 물건리에 모여 살고 있다.

알콩달콩 살던 마을에 황혼 이혼한 인주가 들어오면서 마을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동네 노년 홀아비들은 인주로 가슴이 설레고, 순아는 중범에게 마음이 있지만 중범은 결혼 생각이 없다. 면허가 없어서 스쿠터를 압류 당한 찬경은 면허를 준비하고 건망증이 심한 아내를 버려 두고 서울에서 온 인주에게 마음을 쏟는다. 인주는 남편이 위자료로 준 섬이 한 평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속았다며 좌절하고, 중달과 진봉의 감정싸움은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이때 중범은 중매를 펑크내고 술에 취해 돌아와 폭탄 선언을 한다.

고독이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 몸부림 쳐야

소재도 특이하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고, 두 말이 필요 없이 착착 감기는 절정의 연기를 보여주는 중견배우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물건리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잔가지를 쳐내기는커녕, 자질구레한 스토리로 두시간을 채우는 대담한 일을 시도한다. 단편 영화라면 이런 구성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돈을 내고 들어온 관객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현저히 부족하다. 결국 부실한 시나리오가 부족한 영화를 만들었다.

전체적인 사건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줄거리를 적기가 중구난방으로 어지럽다.
시나리오 면에서 에피소드에 의존할 뿐 구체적인 기둥 줄거리가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충분히 재미있고 독특한 캐릭터를 모아 놓고서도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부족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려고만 할 뿐 감동을 위한 격류나 소용돌이가 전혀 없다.

저예산 영화가 사는 방법

저예산 영화일수록 시나리오에 공을 들여야한다. 관객에게 어떤 감동과 재미를 줄 것인지를 철저하게 준비한 꼼꼼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물량과 인기 배우를 앞세운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차별화 될 수 있다. 시나리오야말로 저예산 영화의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

영화가 TV시트콤처럼 이리저리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관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시나리오 때문이다. 조금만 더 관객을 배려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의 연구에 몸부림쳤다면 영화는 매우 완성도 높은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특히,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녀, 박영규, 진희경 등, 관록과 내공을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재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맛있는 재료들을 잘 준비해 놓고도 엉뚱한 맛이 나는 요리를 만들어 버렸다.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매뉴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에 기본을 넘어서는 요리를 만들어도 충분하다.

지금 저예산 영화가 살아 남으려면 기본을 지키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몸부림쳐야 할 때다.

다락방21 작가 강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