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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러브>에서 주인공 김상남 역의 정재영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찾는 것이었다. 정재영, 유선 등 주요 캐스팅이 정리된 후 제작진은 열 한 명의 '고등학생'을 찾는 일부터 착수하게 되었다. 조감독 이하 캐스팅 담당 연출부들은 연기 경험이 있는, 혹은 연기 경험이 전무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그 열 한 명을 찾기 위해서 총 5회의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지원한 지원자만도 총 2천명이 넘었다. 역할이 역할이니만큼 오디션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먼저, 대본을 대사로 연기하는 것과 이후 그 대사를 몸으로만 표현하는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연기자들도 힘들어했지만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제작진은 대사 없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선발된 열 한 명의 '충주성심야구부'들은 기존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기자들도, 연기 경험이 전무한 연기자들도 섞여 있었지만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배우 개인이기 보다는 한 팀으로 움직이며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합숙훈련을 비롯해 5개월에 걸친 수화연습과 야구연습을 통해 촬영 전부터 야구부 배우들간의 호흡은 몇 번이나 함께 작업 한 이들 이상으로 끈끈해 졌다.

영화 <글러브>의 내용 중, 군산상고와의 연습경기에서 32대 0으로 패하면서 수모를 겪은 충주성심 야구부원들과 코치 김상남이 경기장에서 학교까지 근 100Km에 달하는 거리를 달려가는 장면이 있었다. 도심을 통과하고 국도를 거쳐가며 각자의 분한 마음과 이기고 싶은 욕망을 담고 달려가는 이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그 중 도심을 통과해 달려가는 장면은 안전상의 문제로 도심의 도로를 통제하고 찍을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전주시청, 전주영상위원회, 전주경찰서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 준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새벽 5시부터 대규모의 인원들이 이미 현장에 나와 통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사람 하나 지나지 않는 텅 빈 왕복 8차선 도로에서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연기자들을 세우고 차량을 배치했다. 당시 촬영을 위해 도움을 준 경찰차만 해도 24대, 경찰 및 의경 120여명이 대거 투입되었고, 서울에서부터 동원된 촬영 차량이 80여대에 이르는 등 역대 도로 씬 중 손에 꼽힐만한 촬영이 이루어졌다.

야구가 처음인 배우들은 촬영 5개월여 전부터 야구 연습을 해왔고,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연습은 끊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촬영처럼 연습하고 연습처럼 촬영'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부안 갯벌에서 이루어진 훈련장면 촬영에서는 갯벌에 슬라이딩을 하고 바다로 들어가 배팅연습에 캐치볼 연습을 하는 등 프로 선수도 견디기 힘든 촬영들이 이어졌다. 여기에 군산 월명 공원에선 하루 종일 달리고 토끼 뜀을 뛰는데다, 풀 한 포기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는 슬라이딩 연습까지. 배우들은 온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특히나 부안 갯벌 촬영이 이어질 때는 온 몸을 던지는 연기자들을 보며 강우석 감독 이하 스탭들은 "마치 <실미도>를 다시 찍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 강우석 감독은 "우리 야구부 배우들을 보면 <실미도> 북파 대원이 떠오른다. 어린 북파 대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명의 훈련병 VS 듣지 못하는 야구부, 연기는 물론 온 몸을 불사르지 않으면 안 되는 훈련과 촬영, 무엇이든 단체로 움직이는 단결된 모습의 연기자들. 특히, 영화 <실미도>를 만들었던 강우석 감독과 당시 북파 대원으로 출연했던 정재영, 강신일의 조합도 <실미도>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여러모로 두 영화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진짜 충주성심 야구부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노래하다!

야구부 배우들은 촬영 내내 매니저 없이 홀홀 단신으로 촬영을 임해야 했다. 처음에는 불편해 하던 배우들도 나중에는 함께 버스로 이동하며 그 생활에 점점 적응해 갔다. 그렇게 몇 개월간 촬영을 해 나가며 그들은 진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기도 했는데, 제작진도 미처 몰랐던 이 사실은 우연히 그들끼리 하나의 노래를 함께 나눠 부르는 모습을 목격하고야 알게 되었다. 가사는 바로 영화 <글러브>의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이야기였으며 노래는 배우들끼리 가사에 곡을 만들어 붙인 것. 가사도 곡도 모두 자신들이 하나하나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었다는 그 곡의 제목은 'IT'S MY DREAM'으로 비록 본편에 삽입은 되지 못했지만 사장되기에는 너무 고마운 곡이기에 새롭게 녹음하여 곧 여러 대중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배우의 과거는 알아야 해요~

영화 <글러브>의 야구부 배우 중에는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배우가 둘 있다. 한 사람은 극중 차명재에게 투수의 자리를 내주고 야구부를 떠나는 불운의 투수 '이철승' 역의 조찬형이 그 주인공. 대학시절까지 야구부 주전으로 활동했던 그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뛰어난 야구 실력의 소유자로, 현장에서는 '조 코치'로 불렸을 정도. 하지만 극 중 역할이 역할인 만큼, 아마추어처럼 보여야 하는 데도 너무 프로 같은 모습에 제작진으로부터 "좀 아마추어처럼 던지란 말야!"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두 번째 주인공은 정재영보다 연기자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1991년 데뷔하여 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리다 오랜만에 공백기를 끊고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극 중 2루수 '박종우'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선우이다. 그는 1991년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세 남매의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兄'에서 극 중 김영철의 아역이자 양동근(당시 주현의 아역)의 동생으로 분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 드라마 '서울의 달' 등에서 아역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오랜 공백기를 끊고 영화 <글러브>를 통해 연기자로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