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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독 : 이종필

이종필 감독의 영화들에는 늘 '꿈'을 좇는 인물들이 나왔다. '사람들이 요만큼이다, 정해 놓은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대사는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의 생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종필 감독의 영화들은 세상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모든 주어진 현실의 악조건을 뛰어넘는 이들의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용기를 담았다. '아이 캔 두 잇, 유 캔 두 잇, 위 캔 두잇'의 정신으로 대기업에 반기를 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고졸 여사원들의 연대로 울림과 공감, 격려를 전했던 것은 단적인 예다. 얼핏 직장인의 힐링 여행기일 것 같은 첫 드라마 연출작 [박하경 여행기]에서도 자신의 습관과 편견을 깨 나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하지 않은 것을 해 보는 용기를 담아냈다. <탈주>의 주인공이 넘어야 할 현실의 선은 전작들보다 더욱 치열하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문자 그대로 '사선'을 넘어야 한다. 철책 반대편의 삶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해 보기 위해 목숨 걸고 질주하는 '규남'은 누구의 가슴 속에나 있는,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향한 열망을 환기시킨다. 그의 이런 꿈을 막아서는 '현상'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택한 현실을 지키기 위해 더욱 집요한 추격자가 된 것처럼, <탈주>의 중심에는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하는 '꿈'과 '내일'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장애물이 막아서도 회피하거나 둘러 가지 않고 똑바로 직진하는 '규남'의 탈주와 스피디한 추격 액션은 살아도 내가 살고 죽어도 내가 죽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질주하는 쾌감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Film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