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죽거리 잔혹사
 


2004, 로맨스/액션, 115분
15세 관람가


제 작 : ㈜싸이더스
제 작 : 차승재 l 프로듀서 : 최선중
각본/감독 : 유 하
촬 영 : 최현기 l 조 명 : 양우상
미 술 : 김기철, 김효정(PDM)
무 술 : 신재명 l 편 집 : 박곡지
음 악 : 김준석 l 동시녹음 : 김경태
투자/배급 : CJ엔터테인먼트 ...more


 

출 연
현수 역 : 권상우
우식 역 : 이정진
은주 역 : 한가인
햄버거 : 박효준 l 찍새 : 김인권
종훈 : 이종혁 l 성춘 : 서동원
괴뢰군 : 김병춘 l 치타 : 백봉기


= 영화리뷰 =


1978년을 사는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성장영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8년 말죽거리의 악명 높은 정문고로 전학 온 평범하고 소심한 모범생 현수(권상우 분)와 그의 친구이자 정문고 최고짱 우식(이정진 분)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여고생 은주(한가인 분). 이들 세 명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성장영화. 전학 온 현수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영화는 학교라는 획일적이고 억압된 공간에 갇힌 십대들의 일상과 일탈 그리고 상실감을 사실적이면서 따뜻하게 그려내 우리가 지난 시절 앓아왔던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끔 한다. 사실감 있게 그려진 70년대의 학교의 실상과 청춘의 일상은 기성세대에겐 향수와 정서적 공감을, 신세대에겐 검은 제복이라는 아이콘이 주는 판타지의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이끌어감에 있어 액션과 로맨스를 적절히 배분하며 극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감독의 연출력과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은 감독의 섬세함이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소심한 모범생에서 괴물(이소룡)로 변신하며 극과 극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권상우의 연기는 극의 집중도를 높이는 큰 역할을 한다. 우식(이정진)의 교실 액션씬과 현수(권상우)의 학교 옥상 액션씬은 투박하면서도 리얼해 큰 인상을 남긴다.

한편 성룡의 영화가 걸린 극장 앞에서 현수와 친구 햄버거가 서로 이소룡과 성룡 흉내내며 장나치면서 끝나는 결말부분은 다소 상투적이라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4년 최고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열 여덟 청춘의 성장과 교복세대의 노스탤지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2의 <친구> 열풍을 충분히 기대케 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등으로 한국영화계를 주도한 싸이더스가 제작한 <말죽거리 잔혹사>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통해 오는 1월 16일 전국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


말죽거리 학교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역사-독자적인 한국형 액션 로망
 

십대부터 사십대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아버지와 대화가 안 되는 아들과, 아들과는 세대차이를 절감한다는 아버지가 한자리에 모여서 목에 힘줄을 세워가며 밤 세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를 이 영화는 절묘하게 찾아냈다. 엄마와 여동생도 더불어 밤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신세대 남자 배우들이 정말 멋지게 나오니까 말이다.

1978년 복고풍에 담긴 지금 우리의 모습

1978년 봄, 평범한 모범생 현수(권상우)는 땅값 상승을 노린 엄마의 성화에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을 온다. 정문고는 선생들의 폭력과 학생들간의 세력다툼으로 악명 높은 강남의 문제학교다. 억압적인 학교분위기에서 돌파구를 찾던 현수는 농구 시합을 통해서 학교짱 우식과 친구가 되고 버스에서 만난 은주(한가인)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은주는 우식과 사귀고 옆에서 지켜보는 현수는 가슴앓이를 한다. 학교짱 자리를 노리던 선도부 종훈은 비겁한 방법으로 옥상의 결투에서 승리하고 우식은 학교를 떠난다. 선생들의 비호까지 업은 종훈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은주마저 우식과 함께 사라지자 현수의 분노는 결국 폭발한다. 밤 세워 싸움 연습을 한 현수는 종훈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옥상으로 향한다.

영화는 70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라디오 방송, 버스차장, 빵집의 데이트, 고고장, 등 기성세대에게 옛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그때 당시의 짝사랑과 우정, 결투 등의 모습은 지금 세대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이다.

권상우와 이정진, 한가인, 차종훈, 박효준 등 스크린 경력이 짧은 배우들의 연기는 물오른 노련한 연기자들과 비교해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전편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여준 유하 감독의 섬세한 연출의 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액션 연출도 뛰어나다. 독자적인 한국형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경험했을 싸움 장면을 긴박감 있게 보여주었다. 특히 옥상에서 벌어지는 결투 씬은 인상 깊다. 어느 학교에나 한번은 있을 법한 전설적인 결투 씬을 보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잔혹한 우리들의 역사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정글의 법칙과 권력에 대한 암투, 비열한 힘의 논리를 보면서 어른들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진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세대를 초월해서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매력적인 항변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제목이 말죽거리 잔혹사일까?
권상우가 마지막에 토하는 울분에 답이 있다. 학교를 경험했거나 학교에 다니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인정할만한 말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답이 유효하다.
세상은 변했지만 정말 학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30년이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령을 보는 것은 악몽이다.

대한민국 학교.
선생. 촌지. 폭력. 입시.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에서 이건 정말로 잔혹한 현재 진행형의 역사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강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