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죽거리 잔혹사
 


2004, 로맨스/액션, 115분
15세 관람가


제 작 : ㈜싸이더스
제 작 : 차승재 l 프로듀서 : 최선중
각본/감독 : 유 하
촬 영 : 최현기 l 조 명 : 양우상
미 술 : 김기철, 김효정(PDM)
무 술 : 신재명 l 편 집 : 박곡지
음 악 : 김준석 l 동시녹음 : 김경태
투자/배급 : CJ엔터테인먼트 ...more


 

출 연
현수 역 : 권상우
우식 역 : 이정진
은주 역 : 한가인
햄버거 : 박효준 l 찍새 : 김인권
종훈 : 이종혁 l 성춘 : 서동원
괴뢰군 : 김병춘 l 치타 : 백봉기


About the movieProduction noteDirector Said ∥ 감독/배우 Q&A


유하 감독 Q&A
 

01.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아이템이라고 들었다.
누구든지 자신의 십대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이번 작업의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산문집 <이소룡에게 바친다> 와 무라카미 류의 <69>라는 소설이다. 그 책에서 '옛날에 자기를 괴롭히던 선생님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내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식의 문구를 읽었는데, 그걸 읽으면서 문득 고등학교 생각이 떠올랐고, 나도 고등학교 이야길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났다. 그리고 사십 대가 넘어서 다행히 기회가 생겼다.

02. 경험담이 들어갔을 것 같다.
한 가지만 이야기 해보자면……나도 중2때 영동중학교로 전학을 왔었다. 그 곳에서 우식의 모델이 되었던 한 친구를 만났다. 그는 소위 말하는 짱이자 반장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을 했었다. 고등학생도 이단 옆차기 한 방으로 날려버릴 정도였다. 전학 간 초기, 175cm가 넘을 정도로 큰 키였던 내가 영화 속의 찍새 같은 애한테 맞은 적이 있었다. 언젠가 그 친구가 나를 불러내서 말하더라. "덩치 큰 얘가 뭐냐. 선방을 날려라!" 십대를 보내면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남성다운 용기, 이른바 마초에 대한 부분이었다. 용기가 없으면 호구로 몰리는 상황. 그리고 매일매일 이 시험대에 올라야 하는 현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직도 그 때 들었던 선방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거기서 출발한다. 용기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가르쳐 준 용기는 무엇이었는가? 나도 이후 선방을 날려보았고, 또 선방의 맛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변해갔다. 급기야 고등학교에 진학해선 불량 써클에 가입, 패싸움도 많이 했다. 여성적이었던 나의 감수성은 남성적인 아이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것은 과연 참된 용기였을까? 수컷들의 사회가 만들어 낸 사악한 용기는 아니었을까? 이런 자의식이 이번 영화의 단초가 된 것이다.

03. 다른 성장영화(학원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장영화의 주제는 '상실의 시대' 로 요약된다. 현수도 자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대학 진학과 은주에 대한 사랑이 상실되면서 괴물로 변하고, 햄버거 역시 우식과의 연대감이 배신되면서 또 괴물로 변하게 된다. 청춘들은 이런 상실감을 느끼면서 추락하게 되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도 그런 면에서 상실이란 주제에 충실하다. 그러나, 다른 학원물과 변별성이 있다면 좀 더 사실적으로 접근 했다는 것이다.

04. <결혼은, 미친짓이다><말죽거리 잔혹사> 두 편의 영화 모두 불온한 탈출을 꿈꾼다.
'1%의 영웅과 99%의 비겁자가 있다!' 학창시절의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99%의 비겁자에 포함됐다. 한 친구가 학교비리를 폭로하면서 제 발로 나가는 것도 봤고, 또 친구들이 무더기로 잘리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무사히 졸업,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늘 내 자의식 어딘가에 있었다. 결혼도 그렇다. 한국결혼제도에 대해 심한 반발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혼을 했다.

영화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는 욕망인데,<결혼은, 미친짓이다><말죽거리 잔혹사> 역시 이런 나의 영화적 욕망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05. 캐릭터 소개를 해달라.
현수는 자기의 감수성에 충실한 여성적인 아이고, 우식은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남자다움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은주라는 캐릭터는 평범한 공부 잘하는 여학생. 오히려 그런 학생이 불온한 매혹에 이끌리는 법이다. 공부 잘하고 탈 없이 학교에 잘 다니지만 그 이면엔 일탈을 꿈꾸는 욕구가 숨어있는 친구. 은주를 올리비아를 닮았다고 설정한 이유는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이기도 했지만, 실제 통학 버스에서 만났던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여학생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07. 권상우에게 학교짱이 아닌 소심한 모범생 캐릭터를 맡긴 이유는.
권상우라는 배우는 터프 가이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것을 반대로 바꾸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 친구의 장점인 얼굴에 반전의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어수룩한 인상인데 인상을 쓰면 터프 가이가 된다. 얼굴에서 반전이 이루어지는 친구다. 현수라는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 극과 극으로 바뀌는 캐릭터인데 권상우에게 적역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었고,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 둘은 현수가 자의식을 표출하는 부분에 있어 특히 공을 들여 찍었다.

08. 이정진에 대한 코멘트.
이정진은 대리석처럼 빚어놓은 마스크를 갖았는데, 반면 우식은 정돈되지 않은 마스크여야 했다. 그에겐 강렬한 카리스마와 여자들이 좋아하는 불온한 매혹을 불어넣는 것에 공을 들였다. 벽을 치며 "너를 위해 죽을 수 도 있어." 라고 분위기 있게 말하는 남자. 여자들도 그것이 거짓말인지 뻔히 알면서도 좋아하지 않나. 정진 역시 잘 해 주었고, 시사회에서 반응도 좋게 나와 만족한다.

09. 실제 이소룡의 광팬이라고 들었다.
광팬이나 매니아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요즘에야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많은 우상이 존재하지만 그 땐 매스미디어도 단일화 되어 있었고 1번부터 60번까지 이소룡을 좋아했다. 우리 영화에서도 이소룡을 좋아하지 않으면 간첩이라고 말할 정도니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78년도엔 다양성이 없었다. 내가 이소룡을 표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부분도 있다.

10. 이소룡, 절권도의 길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이 시나리오의 원래 제목은 사실 '절권도의 길' 이었다. 차승재 대표가 흥행성이 없다고 해서 <말죽거리 잔혹사>로 바뀌었다. <절권도의 길> 이라는 책도 이 영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김영옥 선생의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라는 책을 보면 <절권도의 길>이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이소룡을 단순히 유명한 딴따라, 유능한 쿵푸선수라고 생각했다. 그 책을 보고 나서야 이소룡이 대단한 사상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절권도의 길>은 근대 무술 저서 중 2대 명저로 꼽히기도 한다. 이 책은 무술을 실제화 시키고 있다. 밤낮 산에서 폼이나 잡으면 뭐하나, 링에서 이기는 무술이 진정한 무술이다, 라고 설파한다.

품세만 하는 무술이 아니라 품세를 파괴하고 다이 다이로 붙어서 이기는 것이 진짜 잘하는 무술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절권도가 무술의 효율성을 집합시킨 것이라는 점을 대한민국 교육과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다. 학교교육은 학생을 억압하고 있다. 교육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가야 하는 수단으로 변해있는 것. 대학을 가야 하는 수단 즉 품세로서의 교육만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의 현수도 그런 교육 아래서 억압 받다 불온적인 출구를 꿈꾼다. 품세를 파괴하는 무술이 절권도이듯, 수단으로서만 남아있는 학교에 한방 날리는 현수의 자세도 절권도에 닿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12. 70년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나는 늘 되돌아보면서 산다. 퇴행적이라 볼 지 모르겠지만. 의식도 70년대에 그대로 멈춰있다. 나를 가장 괴롭혔던 시대였지만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대이기도 하다. 70년대는 나에게 있어 아직 진행형이다. 나는 70년대를 이미지들로 기억하고 있다. 올리비아의 얼굴, 진추하와 존 덴버의 노래들, 버스를 타면 코를 역하게 찌르는 김치국물 냄새, 이소룡 등. 우리 영화엔 70년대의 명곡들이 많이 나오는데, 음악 역시 70년대를 재구성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풀어 놓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외국이나 우리나라도 70년대 음악이 가장 에스프리가 충만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특히 대학가요제 음악도 배경으로 삽입했는데 그 때의 노래는 약간 촌스럽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원음에 가까운 느낌이 있어 지금 들어도 좋다.

13. 영화를 찍으면서 '이것 하나만은 꼭 지키자' 했던 것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말 되게 찍자! 멋지게 찍는 것은 쉽지만 말 되게 찍는 것은 어렵다.

14.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청춘은 이렇게 치열했었다.

15. 십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 밖에서의 삶을 더 사랑하라!
학교라는 거대한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단 다양화 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획일성을 강요하고 있다.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지켜 나가는 것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자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숙제다. 열심히 그리고 힘껏 방황하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그것이 나중에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다.


권상우 Q&A
 

01.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정문고 2학년생 현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이후 이젠 교복을 입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는데, 시나리오에 반해 번복했다. 학생이라는 설정은 같지만, 시대도 다르고 이야기도 다르다. 10대나 20대는 70년대 학원 풍경이 궁금할 것이고, 3.40대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대한민국 학교의 큰 테두리는 변함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영화다. 그 동안 돈 밝히는 고딩, 철 없는 연하남, 기고만장한 말썽꾼 등 가벼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첫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소심하고 예민한 모범생인데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흥분된다.

02. 이정진이 맡은 우식역에 더 맞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
기존의 이미지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우식역을 했다면 쉽게 적응하고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연기 변신에 대한 의지가 강렬했고, 그보다 먼저 현수라는 캐릭터에 매혹되었기 때문에 어려운 길을 선택한 거다.

03. 이번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나 자신이 곧 현수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촬영장 뿐 만 아니라 친구들과 떠들고 노는 순간에도 그런 생각은 이어졌다. 내가 이번에 나 스스로에게 준 숙제는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개인기를 보인다거나 톡톡 튀는 연기 등 연기를 위한 연기는 지양했다. 내가 현수를 진실되게 느끼길 바랬다. 한 씬 한 씬에 욕심 부리지 않고, 늘 영화 전체 톤을 생각했다.

04. 현수는 이소룡키드다. 자신의 우상은 누구였나.
'New kids on the block', 서태지, 015B, 비틀즈 그리고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요즘엔 영화 속 삽입곡 'feelings'가 내 삶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노래는 현수가 라디오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농구도 내 학창시절을 지배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학창시절, 나는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NBA를 보곤 했다. 3대3 농구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농구를 좋아하기도 한다. 이소룡에 대한 기억도 있다. 어린시절, 조그맣고 두꺼운 모양의 이소룡에 대한 책을 친구들과 돌려봤던 추억이 있다. 영화의 장면과 배우들의 대사가 말풍선으로 씌어있는 그런 책이었다. 어린 시절, 책과 영화로 알던 인물이 영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니 흥미로웠다.

05. 십대를 추억해 본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도 무서워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고, 당구도 치지 않았으니까. 현수처럼 인근 학교의 여학생을 좋아하기도 했다. 공감을 못했다면 이번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시대는 다르지만 정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06.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통의 사람들에겐 우식 보단 현수의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가슴 아픈 사랑. 너무 보고싶어 하지만, 막상 나타나면 말도 걸지 못하는…첫사랑이란 것이 그런 것 같다. 당시엔 진실되게 사랑했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서 되돌아보면 사랑이라기보단 한 사람이 커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07. 리얼하고 강도 높은 액션씬을 찍었다고 들었다.
화려한 허구의 액션이 아니라 감정이 중요한 액션이었다. 그리고 리얼한 고등학생의 막싸움이기 때문에 정확한 합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그에 따른 부상도 있었다. 진부한 말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후회는 없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을 말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학교 옥상 액션씬을 꼽겠다.

08. 영화를 마친 소감은.
찍으면 찍을수록 더 자신이 생겼던 영화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게 될 진 잘 모르겠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가 제일 아끼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이정진 Q&A
 

01.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정문고 학교짱 우식이다. 친구면서 친구 같지 않은, 가까운 우상 같은 느낌이랄까. 시련이 닥치면 구부러지지 못하고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다.

02. 외모상 학교짱보단 모범생이 더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우형과 나의 캐스팅은 크로스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신선한 콤비네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상우형은 거칠고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나는 온순해 보이는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었다. 이번 캐스팅은 고정된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다.

03. 이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액션장면 준비차 촬영 전부터 무술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담배를 배웠다. (웃음) 나는 천식 때문이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이번 시나리오에서 우식이 담배를 멋있게 피우는 장면이 있는데, <친구>의 유오성 선배처럼 나도 멋지게 피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가 담배를 피워봤는데 두 대를 피우곤 술 취한 것처럼 뻗어버리기도 했다. 그 후에는 스텝들이 담배를 피우기 전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것으로 연습을 대신했다.

03. 학교짱 역할이라 강도 높은 액션씬이 많았겠다.
대개 액션 영화라고 하면 컷 수도 많고, 화려한 장면을 상상할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액션은 어느 영화보다 리얼하다. 30대 1 싸움에선 실제로 30명에게 우다다 맞아야 했다. 대강의 합은 있지만, 리얼하게 찍기 위해 우리는 실제로 때렸고, 그 날 난 누구에게 맞았는지, 내가 누굴 때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촬영을 마쳤다. 상우형과의 대결 씬을 앞두고는 "우리 코만 때리지 말자." 고 합의했다. 다른 곳은 다쳐도 2~3일이면 회복되지만 코는 한 번 부러지면 몇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칠판을(뒤엔 아스팔트 벽이었다) 주먹으로 치는 장면과 상우형과의 대결씬을 연달아 촬영하다 주먹을 다쳐 2주 정도 깁스를 하기도 했다. 깁스를 하던 중에도 촬영은 지속되었고, 촬영 중에만 깁스를 푸는 식이었다.

04. 학창 시절, 실제로 싸움을 한 적이 있나.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선생님이 시키는 것 다 하고, 말썽 부리지 않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것에 조금의 미련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후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십대란 것이 그런 것 같다. 후회라기보단 일말의 미련이 남는 시절. 내가 A가 아닌 B를 선택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그 때 내가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 고백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

05. 이소룡에 대한 추억
이소룡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갖고 있다. 소림사 이미지부터 쌍절권, 절권도 등. 촬영 전 이소룡 DVD 전집을 구입하러 용산에 갔는데, 절판됐다는 이야길 들을 정도로 이소룡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어린 시절엔 이소룡을 동경하는 마음에 태권도장에 많이 다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뵤~흉내를 냈던 것 같다.

06. 자신의 십대를 지배한 실제 우상은 누구인가.
우리 때는 단연 마이클 조던이었다. 요즘엔 축구화나 붉은 악마 티셔츠가 유행이듯 그땐 농구화와 23번 번호가 찍한 티셔츠가 대유행이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들과 농구 시합을 할 정도로 농구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


한가인 Q&A
 

01.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농담 삼아 착한 척하는 바람둥이라고 말한다. 보통 학생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막연히 말도 못 걸어본 인근 학교의 멋진 남자 혹은 예쁜 여자에 대한 추억. 이번에 맡은 역할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줄 이웃 여고생 은주다.

02. 이번 캐릭터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영화 속 배경이 되는 78년도는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다. 촬영 전 그 시대에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하지만 그 시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노력을 기울인 건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느꼈던 감수성을 기억하는 일이었다. 감독님은 캐스팅 당시부터 나에게 은주와 공통점을 발견하신 듯 했다. 은주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하려 하지말고 너의 고등학교 때 경험을 되살리라고 늘 말씀하셨다.

03. 말죽거리의 올리비아 핫세 역이다. 촬영 전에도 알고 있었나.
초등학교때 친구 집에서 올리바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나의 컴퓨터 바탕화면엔 그녀의 사진이 깔려있기도 하다. 데뷔 당시 '한국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는데, 이번 영화 역시 나의 이미지가 캐스팅에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04. 그런 이야길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설마 내가 저 사람이랑 닮았을까 싶다. 기분은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

05. 극중 은주는 친구 사이인 우식과 현수 사이를 오간다.
실제로 본인이라면 누구를 택할 것 같나.

촬영 전부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고,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다. 극중 은주처럼 고등학생이라면 우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그 이유? 일단 우식이는 첫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다. 카리스마 있고, 싸움도 잘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백마의 기사처럼 나타나 구해주지 않나. 하지만 나이가 들어 여러 사람을 만나본 상태라면, 더욱이 결혼 적령기라면 자상하고 해바라기 타입의 현수를 선택했을 것이다. 감독님이 이 영화의 명제 세 가지를 말씀 해 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미인은 양아치를 좋아한다' 다. 그런데 미인은 양아치를 좋아한다기보다 양아치에게서 풍기는 불량스러운 남자다움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머리로는 위험하다 신호를 보내지만, 가슴으로는 끌릴 수 밖에 없는 사람, 우식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06. 본인의 십대는 어땠나.
지금도 후회하는 십대다. (웃음) 반면, 내가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후회하지 않을 십대다. 학창시절, 나름대로의 계획과 내가 그어놓은 선을 지키며 착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지금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상황에선 우식이처럼 좀 더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07. 십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열심히 노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되 시간을 쪼개서 재밌게 놀아보기도 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사회에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제약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 학생 때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꿈을 위하여 그 시절을 치열하게 보낸다면 후회하지 않는 십대가 될 것 같다.

08. 함께 호흡을 맞췄던 권상우와 이정진에 대한 코멘트.
상우오빠는 자기가 하려고 하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다. 사실 만나기 전에는 잘 놀 것 같은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오빠는 내가 왜 여기서 무엇 때문에 이것을 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안에는 무엇을 하겠다라는 계획이 분명한 사람이다. 한 씬 한 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본받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느낌이 매우 좋은 배우! 특별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특별한 말을 하고 있지 않아도 단지 그냥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좋은 느낌을 풍긴다. 정진오빠는 조각처럼 빚어놓은 모델 같다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그러했듯 실생활에서도 남자답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좋은 성격을 지녔다.

09. 유하 감독에 대한 코멘트.
시인이라서 그런지 세심하고, 남자가 갖지 못하는 감성도 풍부하시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셨기 때문에 이 장면에서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계산 되어있고, 따라서 배우에게도 예리하게 주문하시는 편이다. 감독님의 주문은 언제나 까다롭다. 난 감독님을 향해 종종 말한다. "감독님. 너무 난해해요." 예를 들면, 현수를 만나는 씬에서 놀람, 미안한 마음 그리고 뻘쭘한 심리도 함께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신다.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나에겐 감독님의 말씀이 어려운 숙제 같은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셨기 때문에 감독님과의 작업은 언제나 즐겁고 보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