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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조재현을 캐스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배우로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엄격하기로 잘 알려진 조재현은 <콘돌은 날아간다> 캐스팅 당시 연극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전라
노출에 대한 부담감 역시 배우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16년 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된 바 있는 <내 안에 우는 바람>을 통해 이미 전수일 감독과의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경험이
있는 조재현은 흔쾌히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다. 감독 또한 조재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굳은 믿음이
통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이후 신선한 이미지를 원했던 감독은 여배우 찾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시나리오상 조재현에 버금가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수현' 역할 또한 전라 노출을 감행해야 했기에 여배우 찾기는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하기로 한 감독은 조재현과 함께 각지에서 모인 개성 강한
다양한 배우 들을 만났다. 그때 유독 눈길을 끌었던 참가자가 극 중 '수현'으로 등장하는 배정화였다. 강해
보이지만 눈빛 어딘가에 슬픔을 드리우고 있는 듯 보였던 배정화는 가장 밀도있고 집중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감독뿐 아니라 조재현과 스탭들의 만장일치로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 됐다.
감독과 두 배우는 인물들의 캐릭터와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를 서로 공유하며 외적으로 보이는 강한 노출과
정사신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견에 다 같이 공감했다. 특히, 시골 한적한 모텔에서 진행 된 정사신은
일반적으로 욕망과 애정, 사랑으로 관계가 설정되는 자극적인 묘사보다는 두 인물이 갖는 상실감과 아픔, 위안과
소통, 치유 등의 정서로서 표현되길 원했다. 그리하여 감독이 선택한 촬영 기법은 여러 쇼트들로 나누기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의 시간과 행동이 같이 리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롱테이크 촬영이었다. 모든 제작진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극 중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 두 배우의 열정으로 인해 그 어느 현란한 촬영 기법의 정사신보다
더욱 세밀하고 완벽한 묘사를 이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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