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Breath
 


2007, 드라마, 84분, 15세 관람가

제 작 : 김기덕 필름
공동제작 : 씨네클릭아시아, 스폰지
제 작 : 김기덕 l 프로듀서 : 송명철
각본/감독 : 김기덕
촬 영 : 성종무 l 조 명 : 강영찬
미 술 : 황인준 l 편 집 : 왕수안
음 악 : 김명종 l 동시녹음 : 임대지
배 급 : 스폰지 ...more

2007년 4월 26일(목) 개봉
홈페이지 www.breath2007.co.kr

 

출 연
장진 : 장 첸
연 : 지 아
남편 : 하정우
어린 죄수: 강인형


About MovieProduction Note


-> 순제작비 : 3억7천만 원 l 촬영횟수 : 10회

김기덕 감독 열네번째 상상
고른 숨을 불어넣은 신작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서다!
 

김기덕 감독은 첫 영화 <악어>로 데뷔한 후 10년이 지난 2006년 열세번째 영화 <시간>을 개봉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준 열세편의 작품들로 인해 세상은 놀랐고 그 놀라움만큼 그를 향한 관심은 커져갔다. 하지만 그 관심은 수많은 오해와 논란이 큰 자리를 차지했고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왔음에도 국내 영화계에서는 차갑게 외면 받기 일쑤였다. 자신만의 강한 색을 씌운 작품 세계를 통해 그 누구보다 강한 존재감을 뚜렷이 담아낸 영화들을 탄생시켰지만 그의 영화를 받아들이기엔 국내 영화계와의 골이 너무 깊었다. 기형적 형태의 배급 시스템을 비판하고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전작 <시간>의 개봉 당시, 그는 더이상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리고 그의 영화인생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2007년, 그의 열네번째 영화가 개봉을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고심 끝에 신작 <숨>과 함께 관객들 앞에 다시 선 그는 이제,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함께 발전해나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 신작 <숨>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전에 국내 투자를 통한 제작이 아닌 해외 판권의 선판매로 제작비를 충당해 만들어졌다. 2006년 가을 AFM(아메리칸필름마켓)에서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멕시코, 터키 등에 팔렸고, 얼마 전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렸던 유러피안필름마켓을 통해 구소련연방, 스페인, 브라질 등에도 팔리면서 이미 총 10여개국에 판권이 선판매 되었다. 또한 완성본이 공개되지도 않은 지금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있을 칸마켓을 통해 판매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마련되는 자본으로 제작비의 거품을 걷고 치밀한 계획 하에 최소한의 비용과 함께 효율적으로 영화를 찍어낸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최근 정체되어있는 국내 영화계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영화를 봐달라고 강요하기보다 자신이 담아낸 이야기를 그저 대화하듯 나눠보고자 하는 김기덕 감독. 그는 이제, 불편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한 발자국을 요구하기보다 한 발자국을 먼저 내어놓기 위한 첫걸음으로 영화 <숨>을 가지고 관객들 앞에 다시 선다. 전작 <시간>을 찾아와준 관객 3만명 그리고 신작 <숨>을 향한 국내 관객들의 추이를 눈여겨볼 만할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다.


들이마시는 숨을 막고자 하는 남자
막혀오는 숨을 내쉬고 싶은 여자
올곧은 숨을 쉬고픈 그들을 만난다!
 

이미 죽음을 선고 받고도 스스로 송곳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하는 사형수 장진. 기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속 인물에 대한 선입관으로 본다면 역시나 '김기덕'스러운 파격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장첸이라는 배우를 만나게 되면서 사형수라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서서 증오와 고통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의 내면을 애절하게 풀어내며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대사가 없다 한들 대만 출신의 배우 장첸에게 낯선 한국영화 출연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 도전을 가능케 했던 것이 '김기덕'이었고 그 도전은 가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던 장첸과 김기덕은 언젠가 함께 작업하기를 약속해온 터였다. 왕가위, 허우 샤오시엔, 이안 감독 등 세계 유명 감독들과 작업해왔던 장첸에게도 김기덕 감독의 흔치 않은 작업 스타일은 예상이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김기덕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움과 함께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며 이번 작업에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장첸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히로인으로 떠오른 지아의 발견도 반갑다.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력을 다져왔던 그녀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숨>에서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된 후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사형수 장진을 찾아가고 연민과 사랑으로 그의 고통스런 삶의 구원이 되어줌과 동시에 자신의 삶 또한 구원을 얻게 되는 연을 연기했다.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펼침과 동시에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주변의 공기를 휘어잡는 그녀의 매력적인 연기는 영화 속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전작 <시간>에 이어 김기덕 감독과 두번째 작업을 하게된 하정우의 출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외도로 아내와의 신의를 먼저 져버렸지만 뒤늦은 용서와 화해를 구하며 영화 속 얽히고 설킨 관계 속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인물인 남편 정을 연기했다.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운동경기를 치르는 것 같은 흥분을 준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는 그는 이번 작업에서도 예의 보여왔던 집중력을 발휘,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만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들숨과 날숨이 맞닿는 그곳에 남겨질 <숨>
 

"내 영화는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는 영화다. 살면서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행복을 주기보다 불행을 이기는 힘을 준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질문해 보기 바란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2007년 동아일보와의 e-mail 인터뷰

김기덕 감독이 착해졌다. 좀더 풀어보자면 그는 친절해졌다. 인간 욕망의 아이러니를 날것으로 담아왔던 그가 이제는 한 인간의 욕망을 넘어서서 관계를 통한 화해를 말하고자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빈집> 등 전작들에서 김기덕의 유함이 엿보였다 한다면 신작 <숨>에서는 그의 세상을 향한 화해의 손길이 정점에 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통해 강하게 쏟아내고 뱉어내던 그가 이제는 영화를 통해 담아내고 삼킨다. 작품 세계의 급격한 변화라기보다는 그의 친절함이 이제는 숨겨져 있지 않고 드러났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숨>은 그래서 더욱 마음으로 느껴져야 할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음양이 함께 조화를 이루듯 들숨과 날숨이 공존하고, 그 공존의 형태가 삶의 의미에 대입되어 형상화된 영화라고 밝혔다. <숨>에서 만나보게 될 인물들은 죽음을 말하고, 증오를 드러내며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들을 표출하지만 종래에는 삶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속삭이며 용서와 화해로 풀어나간다.

행복을 안겨주기보다는 상처의 치유에 우선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 주인공들은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또한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함께 회복해간다. 하지만 삶만이 치유일 수는 없고 또 죽음만이 치유일 수도 없다. 그에겐 삶이 고통이고 죽음이 치유이며, 그녀에게는 죽음이 고통이고 삶이 치유일 수 있다. 이들의 음으로서의 작용과 양으로서의 작용은 서로의 관계를 통해 다져지고 만져져서 완성되어간다. 관계와 관계를 통한 화해, 그것이 바로 <숨>이라는 영화가 관객들과 함께 느껴보고 나눠보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