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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억>은 어떤 영화인가?
: <10억>은 젊고 혈기왕성한 영화다. 젊은 배우들과 같이,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호주에 가서, 정말 폭풍처럼 찍은 영화다. 총 상금 10억원을 걸고 참가자 남녀 8명이 호주의 서부지방, 대자연을 배경으로 서바이벌 생존게임을 진행하다가 급기야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얘기이다. 아무래도 게임이라는 형식이 영화 속에 들어가다 보니까 최후의 승자, 또는 남아있는 인물이 누가 될 것이며 '이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었나'. 또는 '왜 진행되었나'라는 것이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Q. '한기태'라는 인물의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
: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해외 로케촬영이 처음이라 현지에 적응해야 했다(웃음) 짧으면 짧을 수 있는 한 달 이라는 시간동안 굉장히 치열하게 촬영했다. 한 인물이 이 영화를 책임지고 끌어가는 영화가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이 영화를 공동 책임을 지고 가져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간의 호흡, 그리고 그 배우들이 자기 몫을 충실히 해내는 것들에 중점을 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영화였다. 박희순 선배님, 신민아씨, 이민기씨, 이천희씨, 고은아씨, 정유미씨 모두 전 작품에서 한 번도 같이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배우들이라 굉장히 새로웠고, 그 하모니가 굉장히 좋았다.

Q. 호주 촬영 에피소드라면?
: 일단은 고생이 많았다는 거 (웃음) 그 자체가 에피소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외에서 찍었던 공간자체가 보시는 분들에겐 아름답고 절경일지 모르겠으나 배우들은, 막상 거기에 서 있으면 온통 위험 뿐이었다. 다치기도 많이 다쳤는데, 그래서 더더욱 배우들간의 결속력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여배우들이 많다 보니까 영화 하면서 처음으로 수다를 가장 많이 떨어본 것 같다. (웃음) 그리고 서바이벌 게임이다 보니까 영화에서 한명씩 죽어나가는데, 영화를 찍다가 그 인물이 죽으면 해당 배우는 한국으로 귀국했다.(웃음) 서로 그 영화를 찍고 보낼 때의 아쉬움과, 간 사람들의 서러움을 달래주었던 각별했던 경험들이 있다. 크게 즐겼다고 할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잘 뭉쳤던 것 같다.

Q. <10억>에서의 '조유진' 역할을 선택한 이유는?
: 일단은 <10억>이라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화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국내에서 많이 시도됐던 장르도 아니고, 또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주에서 촬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이라는 인물에겐 한 가지 매력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유진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사람 같지만, (달리 보면)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강한 면도 있고 여린 면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Q. 촬영의 대부분이 호주에서 이루어져 노메이컵으로 촬영한 것으로 안다.
: 노메이컵도 그렇지만, 거의 흙 분장을 많이 했다. 워낙 태양도 강하고, 점점 옷도 더러워지고, 얼굴에 상처도 많고… 흙분장이 많았는데, 분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땅바닥에 있는 흙을 묻히고 들어가곤 했다. 여자이고, 피부도 민감하고 그랬지만,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그런 게 더 자연스럽다 하셨다. 되게 독특한 경험이었고. 피 분장도 많아서 쫌 고생스럽긴 했으나 그런 점들도 나중에 생각하면 굉장한 추억이 될 것 같다.

Q. 출연 배우들과 사이도 워낙 돈독하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고 하던데?
: 한 달 정도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여자 배우들끼리 더 돈독해서 나중에는 오빠들이 삐지기도 하고 그랬다. (웃음) 같이 고생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더 친해지고, 속마음도 많이 털어놓는 관계가 됐다.

Q. 호주에서의 촬영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생담은 무엇인가?
: 다 고생스러웠던 게 맞는 것 같다, 매 씬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찍었다. 빨리빨리 찍고 이동을 해야 했고, 딱 한 달 이라는 시간 안에 그 모든 분량을 마치고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해는 떨어지면 안되고, 컷 수는 많고, 배우들도 많고, 대사도 많고 그랬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찍어서 매번 고생이었던 것 같다. 근데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배우들끼리 정말 별 것도 아닌 거에 웃으면서 보냈기 때문에 그런 고생스러운 것들이 서울에 돌아와 생각해보니까 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Q.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 박철희는 일단 솔직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참가자 중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인간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친절하다. 배려심이 뛰어나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인간적으로 솔직하고, 본인이 현재 느끼는 감정에 확신이 있는 것을 말한다. 설령 그것이 죄가 되었든 선행이 되었든 간에 틀이 없는 채로 살아가는 인물이며,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웃음) 또한 박철희는 해병대 출신이며 자신의 잘난 점은 그거 하나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순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행동에 있어서 추진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Q. 인물의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서 대사 안에 인물 각자의 캐릭터가 모두 살아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때문에 배우가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인물이 달라질 것 같았고, 감독님도 그것을 고려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박철희가 가진 해병대 출신으로서 가진 외양적인 특징은 기본적인 바탕으로 가져가되, 그것보다 박철희가 가진 성격적인 특성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인물이 처한 상황에) 편하고 솔직하게 녹아 들어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나쁜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이 순간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진실한 감정인 것처럼 느끼며 연기하기 위해 양심 등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연기했다.

Q. 촬영분의 대부분을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호주에서 촬영한 것으로 안다. 출연 배우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 분명히 너무 많았는데 다녀오니 생각이 잘 안 난다. 일단 밤 촬영이 거의 없어서 낮 촬영 끝나면 모두 특정 누군가의 숙소에 모여 함께 밥을 해먹는 등 가족처럼 지냈다. 호주가 또 와인이 싸서 물보다 와인을 많이 마셨다. 그리고 영화 배경은 티저 포스터 배경처럼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이지만, 생각보다 추웠다. 그래서 호주 현지에서 잠바와 표범 무늬 덮개(?) 같은 것을 많이 사고 이용하기도 했다.

Q. 영화 <10억>을 가장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관전포인트를 관객들에게 제시한다면?
: 이전에 없던 장르라는 점과 게임 같을 수도 있고, 스릴러 또는 단순한 공포물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모든 등장인물과, 이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나갈 때 인간적인 의미랄까? 삶의 함축적인 의미가 소소하게 담겨있다. 우리 배우들끼리도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죽어나갈 때마다, 항상 삶이 그렇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Q. <10억>을 선택한 이유와 '장PD' 캐릭터를 위해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
: 일단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가 우리 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장르며, 호주라는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은 장소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점이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모두 내가 평소부터 좋아하는 친구들이어서 함께 어울려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뭉치게 되었다. 장피디 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간 강한 캐릭터는 많이 연기했으나 그 안에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는 드물었기 때문에 거기에 중점을 뒀다. 호주라는 공간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의상과 헤어와 메이크업을 많이 생각했고, 수염도 캐릭터를 위해 길렀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하는 말투와 측근인 카메라맨에게 하는 말투, 그리고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풀리고 나서의 말투에 구분을 둬서 이 인물이 더 미스터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Q. <10억>의 촬영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 배우들과의 앙상블과 속도감 있는 촬영이었다. 빠듯한 일정에, 영화의 90%에 해당되는 호주 로케를 마쳐야 하는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항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한 것은 헌팅과 현장에서 '5초안에 판단하기' 였다. 그러나 정작 힘들 때마다 내가 스텝들에게 외친 말은'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였다.

Q. 캐릭터가 정말 다양하고 많다. 매우 신선한 조합이기도 하다.
: 삶을 나름대로 다양하게 간직하고 있는 배우들을 우선적으로 먼저 고려한 것 같다. 박해일군은 삶에 대해 바라보는 지점들이 남다르다고 생각한 배우다. 우연한 자리에서 내가 영화를 준비한다고 얘기하자 바로 합류해주었다. 박희순군은 남성적인 외모와 달리 의외로 여성적인 섬세함과 어린 아이같은 천진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해왔기에 '장PD'에 적역이라고 판단했다. 장PD는 다혈질에 단호한 캐릭터이지만, 그 안에는 슬픔과 연민이 가득한 캐릭터이다. 그것이 은근히 버무러져 기묘한 카리스마를 만들어 내는 순간을 맛보고 싶었다. 신민아군은 귀엽고 예쁜 미소가 매력인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 만나 본 민아양에게서 이웃집 소녀같은 소박함과 솔직하고 당돌한 면을 발견했다. 삶에 대해 아직도 호기심이 왕성한 친구이고, 세상 다 아는 듯한 배우보다는 그런 신민아가 '조유진'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 이민기군은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남들보다 다이나믹 했다. 그런 점이 과감하게 인생의 욕망과 삶의 변화 욕구를 담아 내는 '박철희'라는 캐릭터에 딱 어울린다 생각했다. 터프한 척하고 슬픈 척하는 배우는 많지만, 욕망을 감추지 않고 그것 자체와 정면 대결을 해야 하는 '박철희'역은 이민기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것이었다. 정유미양은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왕성한 에너지와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런 친구한테 겁 많은 범생이인 '김지은'역을 하자고 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보다 내면의 순수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미양처럼 깨끗한 순수함을 간직한 배우는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Q. 이천희군은 처음 만났을 때 작업실 구내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천희군을 알아본 주위 사람들이 몰려와 싸인과 사진촬영을 요청했는데 그 와중에도 식판에 잔뜩 반찬을 얹고는 활짝 웃는 천희군의 천진한 모습을 보고 이 친구와 꼭 같이 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었다.

Q. 배우들에게 특별하게 요구한 것이 있었다면?
: 난 없는 걸 새로 만들고자 애쓰는 감독은 아니다. 배우에게도 현장에서 정확하고 올바른 연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듣고 느끼라고만 말한다. 진실로 감정이 오르지 않으면 말 한 마디도, 한 발자국도 연기하지 말라고 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 배우들은 날 현장에서 기다리게 하지 않더라. 평생 기다리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처럼 다 자기 배역이 되어 나타났다.

Q. <10억>은 이런 영화다?
: <10억>은 오늘 자기가 죽게 될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 놓인 젊은이들이 자신의 숨은 본성을 잔인할 정도로 가감없이 보여 주는 영화이다. 관객 한 분 한 분이 '내가 이 게임 참가자들 중의 1인이라면?' 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기대 이상의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보너스로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숨겨 둔 본성까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