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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 소영

"나 같은 늙은 여자가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게 많은 줄 알아?"

윤여정, 데뷔 이래 50년. 언제나 '죽여주는' 배우였던 그녀의 강렬한 선택!

시작부터 놀라웠다. 1971년, 첫 영화 <화녀>속 윤여정은 치정, 복수, 살인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로 한국 사회가 본 적 없는 새로운 여성상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이래 윤여정은 언제나 통념을 한 발짝 비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영역을 확장 시켜왔다. 모성 그 자체인 인물을 연기할 때도, 나이를 이유로 남들은 드러내지 않는 욕망의 존재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윤여정은 늘 강렬했다. 그리고 노인의 삶과 죽음, 성 매매 등 쉽지 않은 인생사의 대목들을 실감나게 그리는 <죽여주는 여자>로 또 한번,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선 보인다. 첫 영화 <화녀>로 1971년 시체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로 판타지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마치 도돌이표처럼 45년 만에 해외 영화제의 주연상을 받았다.

삶이 죽음보다 더 외로운 노인, 재우

"나 위해 좋은 일을 해 주시는 거에요. 잊지 않을게요"

젠틀함과 품위, 신뢰감을 전하는 연기파 전무송의 스크린 복귀!

여전히 연극 무대를 주무대로 삼는 전무송은, TV와 영화까지 배우가 등장할 수 있는 전 매체를 통해 관객과 시청자에게 안정적인 연기로 기억되고 있다. 성을 팔아 먹고 사는 남다른 직업이지만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소영이, 조력자살로 접어들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인 재우를 위해서는, 예의와 존중심을 갖춘 신사의 풍모 그리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리고 전무송은 맞춤형 이미지와 연기력으로 재우를 실감나게 그렸다.

한쪽 다리도 없고 돈도 없지만 마음은 풍성한 소영의 이웃, 도훈

"누님, 대체 얘는 왜 데리고 온 거에요?"

소신있는 필모그라피, 윤계상의 선택

로맨스에 가장 어울릴법한 따뜻하고 핸섬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정작 그의 필모그라피는,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신있는 작품들로 차 있다. <소수의견>의 공권력의 이름으로 불의를 자행하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젊은 국선변호사, 사형제도의 이면을 파헤친 <집행자>, 분단 국가의 이면을 영화적으로 소묘한 <풍산개> 청담동 호스트 바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의 일상과 추락을 그린 <비스티 보이즈>등이 그랬다. 어릴 적부터 쭉 한 방을 쓰며 지켜 본 할아버지의 삶에 대한 기억이, <죽여주는 여자>가 그리는 노인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 쪽으로 윤계상을 끌어당겼고, 가진 건 없지만 무엇이건 나눌 줄 아는 따뜻하고 열린 생각을 가진 청년 도훈으로 변신하게 했다.

소영이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의 주인, 트랜스젠더 티나

"나 같은 사람들도 천국 갈 수 있댔거든? 심판은 하느님이 하시는 거랬어"

소영이 길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최현준)

"내 이름은 민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