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시선 If You Were Me 3
 


2006, 단편 옴니버스, 106분
12세 관람가

기획·제작 : 국가인권위원회
프로듀서 : 이현승, 박미경, 남규선
감 독 : 정윤철·김현필·이미연·노동석·김곡/김선·홍기선
배 급 : ㈜영화사 진진 ...more

2006년 11월 23일(목) 개봉
홈페이지 www.3sisun.co.kr

 

1. 잠수왕 무하마드
2. 소녀가 사라졌다
6. 나 어떡해


= 영화리뷰 =


인권의 폭을 넓히다

 

<여섯개의 시선> <다섯개의 시선>에 이어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하는 인권 옴니버스 프로젝트 3탄 <세 번째 시선>이 7일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세 번째 시선>은 '인권'이라는 화두로 일곱 명의 내노라하는 감독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살려 만들어낸 여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로,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과 <선택>의 홍기선 감독, <버스, 정류장>을 내놓으며 프로듀서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이미연 감독을 비롯해 독립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주목받은 노동석과 단편 <원더풀 데이>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김현필 감독, 실험영화 <반변증법><자본당 선언: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은 쌍둥이 형제 김곡·김선 감독 등 상업영화 감독과 독립/단편 감독들이 고루 참여했다.

전작에서 장애인, 탈북자, 중국동포, 외모지상주의, 남녀차별 등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들을 내보였던 것에 비해, <세 번째 시선>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소녀가장, 가정내 성차별, 인종차별, 청소년 동성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로까지 그 주제를 한층 세밀하게 확대하고 보다 경쾌하게 일상에 다가선 개성 넘치는 인권 이야기를 선보인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차별과 멸시를 우회적으로 풀어낸 <잠수왕 무하마드>의 정윤철 감독은 "<말아톤>의 시나리오 작업을 안산 시회단지에서 했었는데 그곳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봤다. 그런 차에 이와 관련된 시나리오를 접했고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히고, "타자에 대한 차별이나 시선이 달라진다면 내부의 차별과 불평등도 당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함부로 남을 생각하지 말고 존중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열악한 환경의 유독성 가스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무하마드는 경찰만 봐도 줄행랑을 치고 단속을 피해 일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고국에서는 '최고의 잠수왕'으로 칭송 받으며 해외 특종 프로그램에서까지 취재를 나오는 인물이다. 수족관과 목욕탕 그리고 유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입구에서 자신의 고향 바다 속을 생각하며 쉼호흡을 가다듬는 무하마드의 판타지가 인상적이다.

'소년소녀가장'으로 불리기 끔찍이 싫은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소녀가장에 대한 고정된 시선이 당사자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코믹하게 그려낸 <소녀가 사라졌다>의 김현필 감독은 "아직 사회화가 덜 되고 인권의 침해를 받아도 느끼지 못하는 대상을 얻으려고 '소녀가장'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했다"며 "원래 차별이라는 것은 그것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소년소녀가장 후견행사에서 만난 교회오빠를 좋아하는 선희는 얼마 후 미국으로 유학 가는 오빠를 위해 카메라를 선물하기로 결심하고 없는 돈에 급기야 원조교제까지 생각해보지만 남자는 단순히 소년가장이라고 여길 뿐이다. 영화는 ‘소년소녀가장’이지만 또래들처럼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소녀일 뿐인데 이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 없이 소녀가장이라고 ‘대상화’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역설한다. 화재로 죽은 소녀가 곰으로 환생한다는 엔딩이 다소 황당하지만 중간 중간의 유머가 웃음을 선사한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둔 호정과 그런 아내에게 양육과 집안일을 떠넘기려는 남편 대우의 부부싸움을 통해 가정내 남녀 성차별을 고발한 <당신과 나 사이>의 이미연 감독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이고 작은 소란이지만 가정 내의 남녀 성차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사회적 차별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 둔 호정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남편은 둘째 볼 생각이나 하라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 김태우와 전혜진의 호연이 돋보인다.

사립 초교생들의 럭셔리 생일 파티에 초대된 흑인 소녀 이야기를 통해 피부색에 따라 동경과 경멸로 나뉘어지는 어른들의 이중잣대를 그대로 답습하는 어린이들의 엉뚱한 편견과 안종차별을 재기발랄하게 다룬 <험난한 인생>의 노동석 감독은 "'인권'이라는 주는 무게감 때문에 나름대로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주제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출연할 아이들을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부모들과 같이 얘기를 나누게 됐고 대부분 강남과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었는데, 그들의 화두가 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와 나왔고 거기에 외국인 소녀가 등장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일파티에 초대된 흑인 소녀를 놀리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백인과 흑인이 결혼하면 무슨 색이 아이가 나오는지를 찾아보며 의심하는 엄마의 모습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세상에 색깔이 없으면 좋겠어'라고 노래 부르는 주인공 소년 경수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된다. 감독의 재기발랄한 연출력과 함께 아이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 또래 집단들에 의해 차별 받는 청소년 동성애 문제를 경쾌한 시선으로 담아낸 < BomBomBomb >의 김곡/김선 감독은 "커밍아웃, 직장 내 아웃팅 등 더 심각한 문제가 많지만 동성애 문제가 제도화나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친구들 사이에서 동성애자로 낙인 찍혀 왕따와 괴로힘을 당하는 마선과 밴드부 오디션에서 만난 마택의 이야기를 다룬다. 베이스를 치는 마선은 학교 최고의 드럼주자 마선에게 음악적으로 끌리지만, 같은 왕따가 될까봐 두렵다. 둘은 밴드부 오디션 합격으로 서로 친해질 계기가 생기게 되지만 마택은 늦은 방과후 연습으로 아이들에게 호모의 애인으로 낙인 찍힌다. 마선과 친구들과의 시선 사이에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마택은 놀리는 친구들처럼 똑같이 마선에게 욕을 하고 순간 위기를 모면한다. 교실을 홀로 남겨진 마선, 그런 마선을 마치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듯이 바라보며 놀려대는 아이들 결국 마택은 아이들을 제치고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놀려대는 아이들의 함성과 옷을 벗은 채 연주하는 두 소년의 격렬한 연주가 거친 화면 속에서 일그러지고 뒤섞이는 마지막 엔딩은 그야말로 인상적이다. 두 소년의 감정의 폭발이 제대로 느껴진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휴가를 내지 못하는 지게차 운전자 도씨의 이야기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과 아픔을 그린 <나 어떡해>의 홍기선 감독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취재하면서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하지만 솔직하게 특별한 형식적인 기교 없이 찍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인 도씨는 휴가도 낼 수 없다. 할 수 없이 성경책을 보며 기도하려는 그는 회사 도서관에 가서 성경책 대여하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이유로 도서 대여가 되지 않고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무대책으로 양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아픔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얘기하는 작품. <왕의 남자>의 정진영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시선 시리즈’ 중 가장 다양한 소재로 일상에 가까워진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권이야기를 담아낸 <세 번째 시선>은 오는 11월 23일 개봉한다.

2006.11.07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