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밀애> 변영주 감독

변영주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나면 한달 간은 너무나 훌륭한 영화라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며 자괴감에 빠지고, 지금은 무덤덤한, 그래서 다음 영화를 생각하는 기간"이라고 간단히 심경을 말했다. 그리고 요즘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아 남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버림받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다음 영화를 조근조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Q.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방안의 불빛이 어둡고 밖은 환한 그 낮의 느낌이다. 전혀 낮같지 않고 빛은 창을 통해서만 들어온다.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찍은 건가?
A. 촬영감독과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집을 들춰보며 의논을 했다. 그런 그림들의 느낌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실내는 콘트라스트를 많이 줬다, 기계적으로 나눈 것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조명이나 빛 처리를 '실수'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은 에러, 혹은 화면이 칙칙한 것으로 받아들이더라. 관객들이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평면적으로 하려 한다.

Q.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섹스장면과 <밀애>를 비교했을 때, <밀애>는 여자의 섹스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생각으로 찍었나.
A. 두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섹스신을 구축하면서 기계적인 고민은 많았다. 남성만 쾌락이 주체인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이미 많은 여성들이 주체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건 남자들의 쾌락을 위한 거야, 정신차려!" 이러면서 흥분을 멈출 필요는 없다. 그리고 육체 이야기를 하면서 여주인공 감성의 변화를 잡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두 여배우가 벗은 몸으로 연기를 하러 나왔을 때 나 조차 눈둘 곳을 몰랐고, 나도 벗겨진 육체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더라. 내가 더 많이 깨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아까도 영화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중이라고 했는데, 한국영화계에서 여성감독으로서 느끼는 점, 문제점,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음... 지금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나가 되는 시기는 아닐 것이다. 같은 여성들이라도 영화를 보는 관점은 다 다를 것이다. 다만 여성이 뭔가를 얘기하고 세상과 공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난 재수가 좋은 것 같다. 기회를 가진 사람으로서 기회를 박탈당한 많은 언니,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개인적인 강박은 있다. 약간의 책임감도 있다. 하지만 그 언니, 동생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Q. 첫 극영화를 불륜이라는 소재로 삼은 이유는 뭔가, 기존의 소재를 답습한 것 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A. 처음에 신혜은 프로듀서가 제의했을 때 나는 도망갔다. 미쳤냐고 했다. 다른 길로 갈 거라고 했다. 전경린씨 소설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점점 미흔 캐릭터를 좋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미흔이 지닌 열정, 그 소설을 바탕으로 재밌는 얘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목소리 했을 때 사람들이 "영화는 못 봤는데 감독님 너무 좋아요. 좋은 일 하셨어요" 했을 때 무척 화가 났다. 나는 착한 일 하려고 영화를 한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영화를 지지하는 건 그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기 지지도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 놓치지 않고 영화를 보고 주위를 독려하는 것. 그래서 작가영화는 관객이 살려줄 수 있는 게 아닐까.

Q. 연출하면서 힘들었던 일은? 그리고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A. 힘들었다. 순식간에 결정 내려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나는 현장에서 돌아다니는 편이다. 스트레스로 12kg이나 쪘다. 돼지엄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초코파이를 2박스 째 뜯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적인 농담을 하는 스텝들을 술자리에서 달래거나 협박하기도 하고, 감독은 여러 가지 것들을 해야하는 구나 생각했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