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북한영화" 공식 첫 상영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북한영화"가 공식 첫 상영된다. 지난 1998년부터 남북영화와 영화인의 상호교류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과 조선영화수출입사와 지속적으로 교섭해 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3일째인 10월 4일 북한영화의 상영 일정을 확정 발표하고 5일 오후 3시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16층 파노라마룸에서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일정과 세부사항을 발표하였다.

이번 북한영화 특별상영에 소개될 작품들은 해방직후부터 1990년대 사이에 제작된 <내고향>, <신혼부부>, <우리 렬차 판매원>,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 <봄날의 눈석이>,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 2부)로 총 7편이며, 이 작품들은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에 걸쳐 남포동 대영시네마 2관과 3관에서 11시 30분에 각 1회씩 상영된다. 그 중 <내고향>과 <봄날의 눈석이>는 심의를 통해 제한 상영작으로 결정돼 영화제 ID 패스 소지자에 한해 상영되며, 그외의 5편의 작품은 일반인의 관람이 가능하다. 5편의 일반상영작의 경우,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임시매표소에 한해서 선착순으로 무료 배부한다.

이번 북한영화 특별상영에 대해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북한영화가 처음으로 상영되는 경우이다"며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한간의 영화 교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의 특수한 사정과 이념적인 문제로 인해서 2편의 영화는 제한상영 하게 되었다"며 "5편의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데올로기성이 강했다고 판단, 관련 기관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행 실정법의 저촉 여부가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덧붙였다.

문화 교류는 있어왔는데 왜 영화 교류는 힘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라는 매체특성상 대중성이 강하고 그 영향력(파급효과)이 크기 때문이다"며 "북한영화들이, 특히 과거에 만든 북한영화들이 이데올로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것이 남북한간의 예민함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안 상영이 금지되고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용관 부집행위원장은 선정 기준에 대해 "과거 6,70년대 비하면 북한영화들이 부진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기록영화, 과학영화 등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활발한 작업이 이뤄지고 발전하고 있다. 또한 이데올로기적인 경향을 벗어나려는 영화들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북한영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규모 축소에 대해 "원래 영화상영 뿐만 아니라 북한의 영화인들을 초대해 세미나 및 GV 등 진행하고자 했으나 북측에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부득이하게 영화 상영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너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남북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첫 단추라는데 의의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김동원 위원장은 내년에도 북한영화가 상영되고 나아가 북한의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방문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있었던 금강산 실무 회담 과정에서 교류에 대한 원칙을 합의했기 때문에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인들도 올 수 있도록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상영되는 7편의 북한영화 프린트는 영구보관의 개념으로 한국영상원(원장 이효인)이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에 수입한 것으로 비상업적이고 학술적인 용도에 한해서 상영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에외. (사진 영화 <내고향> 작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