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2000, 드라마, 126분, 흑백, 18세 관람가


제 작 : 미라신코리아㈜ 안병주
각본/감독 : 홍상수
촬 영 : 최영택 l 조 명 : 최석재
편 집 : 함성원
음 악 : 옥길성 l 동시녹음: 임동석
조감독 : 장기수, 김재한, 박찬옥, 김윤성

출 연 : 이은주, 정보석, 문성근

2000년 5월 27일 개봉

- 제53회 깐느 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공식초청
- 제13회 도쿄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특별언급상
- 제45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각본상
-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 제1회 부산평론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내 짝을 찾았는데 뭐. 난 아무 문제 없어요!

저 처음이에요, 한번도 안 해봤어요 재훈은 섹스를 포기한다.
케이블TV 구성작가인 수정(이은주 분)은 같은 프로 담당 PD인 영수(문성근 분)와 함께 영수의 후배 재훈이 경영하는 화랑의 미술전에 간다. 미술전이 끝나고 함께 한 술자리에서 재훈은 수정에게 관심을 보인다. 재훈은 계속적으로 수정에게 호의를 베풀고 진지하게 사귀고 싶다고 고백한다. 무능력한 영수의 모습에 실망한 수정은 재훈에게 술 마실 때만 애인이 되겠다고 제안한다. 어색한 감정을 이기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순간 재훈은 수정이 처녀임을 알고 감격한다. "저 처음이예요, 한번도 안해봤어요"

친구의 생일집에 우연히 마주친 재훈과 영수는 서로 불편해 한다. 영수는 자신에 대한 불만을 술에 취해 수정에게 주정을 부린다. 재훈은 그런 영수를 두둔하는 수정에게 영수와 무슨 관계냐고 물으며 수정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를 말한다. "내가 결혼을 마음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렇게 힘든데 뭣하러 만나요, 우리 그만 만나요" 그런 수정의 행동이 재훈을 안타깝고 초조하게 만든다. 화해를 하기 위해 재훈은 수정을 찾아간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 온 재훈을 발견한 수정은 그의 순수한 태도에 감동하고 그들은 두 번째 섹스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훈은 호텔에서 함께 지낼 것을 어렵게 제안하다. 재훈은 호텔에서 수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수정은 거리를 배회하며 호텔로 가야할지 힘겨운 고민을 하고있다.


현재 국내영화계에서 그 누구보다 평단의 호평을 받는 감독,홍상수. 그는 데뷰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1996)"로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호칭을 일찌감치 얻으며 일상과 낯선 영화라는 단어를 관객에게 낯설지 않게 해주었다. 두번째 작품 "강원도의 힘(1998)"은 제 50회 깐느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 언급상'을 수상. 단 두편의 영화로 그는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작가'로 알려졌다.

이번 세번째 작품 "오!수정"에서도 그의 스타일은 여전하다.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는 많이 우스워졌다. 영화자체가 우스워졌다는 것이아니라 이전의 작품과는 달리 유머가 풍부해졌다는것이다.어슬픈 남녀간의 몸짓도 우습고 잘 나지못한 남녀의 애정행각(?)도 우습다.

때론 숨막힐정도로 절제된 배우들의 감정연기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카메라는 매우 낯설지만 그것이 우리의 모습임을 깨닫게 되면 참 섬뜩하다.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첫 관객시사를 했는데 심각하게만 보았던 그의 영화와달리 관객들이 많이 웃었다. 영화제를 방문했던 아시아 영화전문 평론가 토니 레인즈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 그에대한 평단의 지지는 여전하다."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보고 그의 차기작을 기대했는데 , 여전히 기대감과 함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오!수정>의 내러티브는 낯설다.

<오!수정>은 한 어린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사랑과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기승전결의 드라마 구조가 없다. 대신 서로 다른 성향과 결점을 가진 이들이 서로에게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확신을 얻게 되는 과정을 마치 tpalg란 정밀화처럼 묘사하였다. 따라서,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투영되는 낯설지만 매력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엇갈린 기억 그러나, 일치된 사랑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기억'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기억'이야 말로 오히려 가장 왜곡되고 변질 되기 쉬운 것이 아닐까? <오!수정>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덧붙여지고 재해석된 '기억'에 따라 영화가 진행된다. 모두 다섯 개로 나뉘어진 단락에서, 1부와 3부는 남자의 기억이고 2부와 4부는 여자의 기억이다. 마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장치들에 의해 한 상황의 두 개의 다른 기억에 관한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다. 즉, 1부와 3부, 2부와 4부는 서로 겹쳐지는 시간이다. 5부에서 이야기는 접점을 만나며 완결된다. 각각의 부는 하나의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전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숨겨진 기억의 진실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오!수정>에선 '몸'을 둘러싼 우리의 욕망을 본다.

이 영화는 사람의 몸을 지칭하는 사물, 몸을 표현하는 대사와 몸에 관한 욕망들이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은유적으로 언급한다. 돌아가는 회전문, 열리지 않는 자동문 등의 은유적 인서트와 "활짝 웃어봐요", "피가 뭐예요?", "축축해요"등의 술자리에서나 나올만한 농밀한 대사가 뻔뻔스럽게도 에피소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 되풀이하여 언급되는 '이름'역시 '몸'을 추상적 형상에서 구체적 대상으로 명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출자의 의도된 장난기가 녹아 있는 이런 장치들은 껍질 속에 갇혀진 우리 자신의 욕망을 보게 한다.

촉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영화

홍상수 감독은 "컬러는 보는 이들에게 필요이상의 정보를 준다. 오히려 흑과 백으로 단순화된 화면은 관객들이 주위 사물이나 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인물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라고 흑백 작업의 의의를 밝혔다. <오!수정>에서 흑백의 이미지는 오히려 불완전한 색에 미혹됨이 없이 대상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게다가 색채에 압도되었을 때에 느끼지 못했던 각 사물의 미묘한 질감과 촉감의 차이마저 인식하게 함으로써 인물의 감정선을 단지 보는 것만이 아니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섬세한 디테일 속에 반복되는 유쾌한 일상의 표면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홍상수 감독의 일련의 작품 이후 '일상'이란 용어가 이젠 한국 영화의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 영화 역시 그의 특징인 인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에 대한 클로즈 업, 인물과 사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비관습적인 카메라 구도 안에 상호 연관된 이미지와 상황을 반복하여 배치한다. 말이 안되는 대사, 어색한 몸짓, 되풀이되는 사건과 행동들은 우리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정교하게 짜여진 일관성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리듬을 느끼게 된다.

긴 호흡 속에 살아있는 인물들

이 영화의 호흡은 길다. 긴 호흡속에서 우리는 방해 받지 않고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 속에서 너무나도 생생하여 우리 주위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오!수정>은 총 155 컷이다.

배우와 교감하는 오디션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을 마치 인형이나 애완동물 다루듯이 대하는 대부분의 배우 오디션 방식을 혐오한다. 배우가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억지 감정을 쥐어짜게 만드는 방식이 아닌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풀어놓는 편안한 오디션을 통해 배우가 직접 체험한 경험과 감정의 깊이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음악도 틀어놓고, 때로는 같이 술도 마시며 오디션을 하였다. 주연, 조연은 말할 것도 없이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까지 이런 식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배우들을 선별하였다.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은 촬영일정

<오! 수정>은 동일한 장소와 상황이 2부와 4부에서 반복된다. 보통 이런 경우 2부와 4부에서 같은 장소가 나오는 장면을 한번에 몰아서 찍으면 훨씬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같은 장소라도 다른 날 , 다른 시간에 찍었을 때 포착되는 이전과 다른 공기를 화면에 담고자 순서대로 촬영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였다.

술 마시는 연기하다 기절한 배우들

홍상수 감독은 가짜 연기를 무척 싫어한다. 특히 맨 정신이면서 술 취한 척하는 연기만큼 어색한 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런 연출관 때문에 고생한 것은 배우들. 술 마시는 장면이 태반인 이번 영화에서 배우들은 실제로 술을 마시며 연기해야 했다. 특히 정보석씨는 몸을 사리지 않고 매번 열연(!)을 했다. 술 마신 상태에서 영수 때문에 수정과 다투는 장면에서는 무려 소주를 00병이나 마셨다. OK싸인이 나자마자 혼절하여 촬영은 정보석씨가 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린 후 계속되었다.

30년만에 다시 시도된 흑백영화

<오!수정>은 국내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된 100% 흑백영화다. 1970년 <무작정 상경>(감독 김기덕/ 제작 극동 필름)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선 회상씬을 제외하곤 흑백 필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흑백 필름은 사물의 초점이나 콘트라스트 비율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도드라져 보이기에 컬러 필름에 비해 섬세한 작업을 요구하였다. 결국 한번도 흑백 작업을 한 적이 없는 촬영팀과 조명팀은 18,000ft에 해당되는 테스트 촬영을 통해 스스로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이 스탭으로 참여

음악을 맡은 옥길성 교수(경희대 작곡과)와 작품사진을 찍은 김영수 작가(민족사진가협회)같은 전문가들이 이번 영화에 대거 참여하여 <오!수정>을 수준 높은 작품으로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옥길성 교수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는 4개의 현악기의 불협화음을 통해 건조하게 부유하는 현대인을 표현한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보다 멜로디가 살아 있는 조성음악을 통해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였다. 김영수 작가는 흑백 사진으로 외길인생을 살아온 고집있는 작가이다. 영화 작업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6, 박광수 감독, 기획시대 제작) 이후 두 번째이다. 2000년 광주 비엔날레에도 작품을 초청 받아 빠듯한 일정이었는데도 이번 영화에 참여하여 사진만으로도 인상적인 <오! 수정>을 남겨주었다.


양수정 / 이은주

제가 술 마실 때만 애인해 드릴까요? 수정은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조그만 프로덕션 회사에서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다. 자신에게 향하는 직장사 영수의 시선을 야멸치게 거절하지 못하고, 재훈의 호감도 그리 싫지 않다. 자신을 정복하고 싶어 애가 타는 남자들 사이를 때로는 단호하게 빠져나가고 때로는 슬그머니 미루 기도 한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예쁘다.

그녀는 <백야 3.98>에서 심은하 어린 시절역으로 맡으면서 주목받기 시작 한 후 SBS 드라마 <카이 스트>에서 겉으로는 차갑지만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똑똑한 과학도 '구지원'역으로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모호한 행동을 하며 사랑을 쉽게 선택하지 않는 영민한 '수정'을 찾는 것은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개 오디션을 비롯해 다양한 캐스팅 방법을 동원했지만 크랭크 인이 임박할 때까지 여자 주인공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던 시기에 '이은주'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차분하고 또렷한 눈동자에서 나오는 순수함과 당당히 자신을 표현하는 솔직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은주, 그녀가 바로 '수정'이었다.

연기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어린 나이에 성숙한 모습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스탭 들은 정보석, 문성근 같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제 몫을 다 해내는 그녀를 보며 대견해할 따름이었다. 마냥 경쾌하고 신나는 것만 쫓는 여느 20대 또래들과 달리 매 컷 호흡을 가다듬으며 감독과 틈틈이 상의 하는 그녀는 스크린을 책임질 차세대 기대주 중 단연 돋보이는 여배우다.

김재훈 / 정보석

미대를 졸업하고 화랑을 경영하는 30대 중반의 부잣집 아들.
대학 선배인 영수가 자신의 영화 제작에 도움을 요청하자 아무런 궁리없이 수긍할 만큼 세상물정에 밝지 못하다. 이렇게 어수룩한 그이지만 운명적인 느낌의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순수한 고집도 있다. 영수를 통 해 알게 된 수정이 자신의 장갑을 찾아주자 바로 자신이 찾던 '운명의 그녀'라고 느낀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수정 때문에 애간장이 타면서도 그는 절대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1989년 <그 후로도 오랫동안>(곽지균 감독/ 태흥영화 제작)으로 스크린에데뷔한 후 한동안 그는 충무로 의 캐스팅 0순위였던 배우였다. 최근까지 TV드라마에서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의 연기가 매너리 즘에 빠진 것 같아 싫다고 거리낌없이 말한다.

<오! 수정>의 촬영이 끝나자 그는 이제서야 막 긴 터널을 건너온 것 같다며 수줍게 미소를 띄운다. 10여편의 영화출연을 한 베테랑 배우지만 그는 촬영 내내 신인과 같은 자세로 임했으며, 촬영 중반 이후 에는 그의 평상시 말투나 손짓, 웃는 모습, 심지어 젓가락 쥐는 방법마저 영락없는 '재훈'으로 변해있었다. 진짜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영화계에 소중한 배우 한 명 을 다시 찾은 뿌듯함을 느낀다.

권영수 / 문성근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을 마치 인형 다루듯 대하는 오디션 방식을 싫어한다. 배우가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억지 감정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최대한 편안한 오디션을 통해 배우가 직접 체험한 경험과 감정 깊이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때로는 음악도 틀어놓고, 때로는 같이 술도 마시며.. 주조연은 발할 것도 없이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까지 이런 방식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배우들을 선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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