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선인장 Motel Cactus


1997, 드라마/멜로, 91분, 18세 관람가


제 작 : 우노필름㈜ 차승재
감 독 : 박기용 l 각 본 : 박기용, 봉준호
촬 영 : 크리스토퍼 도일 l 조 명 : 박종환
미 술 : 오상만 l 편 집 : 함성원
음 악 : 조준형 l 동시녹음 : 김경태
조감독 : 봉준호, 장준환, 김종훈

출 연 : 이미연, 진희경, 정우성, 박신양, 김승현, 한웅수, 김애라, 신동환, 이수남

1997년 10월 25일 개봉

- 제2회 부산 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수상작.
- 밴쿠버 국제영화제 /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초청



夏 집착과 도피 - 우기(雨期)의 여관은 덥고 짜증났다

이민구(정우성)는 애인인 최현주(진희경)의 생일날 그녀와 함께 여관을 찾는다. 두 사람은 욕실에서, 방에서 섹스를 한다. 현주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또 민구와 자고 가기 위해 떼를 쓰지만 그럴수록 민구는 짜증을 내고, 민구는 현주의 집착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짜증이 날 만큼 민구에게 매달리는 현주의 모습, 민구의 무심한 외면들, 끊임없이 내리는 비소리와 그들의 거친 숨소리는 여관방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그들의 관계 역시.

春 설레임과 낯설음 - 아무것도 찍지 못하고 그 여관을 나왔다.

성준기(한웅수)와 윤서경(김승현)은 영화과 학생. 두 사람은 실습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연출자와 배우의 입장으로 모텔 선인장을 찾아온다. 촬영을 할 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둘 사이엔 설레임과 어색함이 맴돌고... 옆방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그리고 헤질 무렵의 정전은 두 사람이 첫 경험을 하는 자극제가 된다. 첫 경험을 가진 뒤, 준기는 혈흔을 지우는데 몰두하고 서경은 두려움을 느끼며 준기의 시선을 피한다. 사랑의 시작은 이렇게 찾아온다.

秋 상처와 그리움 - 사랑이 없는 곳에 지옥도 없다.

최현주(진희경)과 김석태(박신양)는 각자 버림받은 상처와 외로움을 달래며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만난다. 두 사람은 만취 상태에서 우연히 여관에 투숙하게 된다. 석태는 여관방 벽에 하트를 그려 자신과 옛애인의 이름을 이니셜로 쓰다 지우고, 현주는 애인이 남기고 간 폭포액자 앞에 슬픈 얼굴로 앉아 있다. 그들의 거칠고 메마른 섹스 위로 흐르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는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의 목소리다.

그리고 다시 春 쓸쓸함과 하염없음 - 그들의 사랑은 성냥탑과 함께 사라졌다.

김석태(박신양)와 민희수(이미연)는 대학시절 연인. 이별의 아픈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은 선배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다시 만난다. 희수는 지나가 버린 옛사랑을 추억하려고 애쓰고, 석태는 감정의 흔들림을 억제하려 애쓴다. 과거의 기억은 끝내 격앙된 목소리와 감정의 폭발로 이어진다. 욕실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화해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섹스 장면은 그들이 사랑의 아픈 기억을 치유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석태가 희수에게 썼다가 보내지 않은 편지를 성냥탑과 함께 태우는 마지막 장면은, 타오르는 편지 조각들은 - 그들의 사랑이 성냥불처럼 희미하게 사그러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없이 쓸쓸하고 하염없는 재회의 봄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모텔 선인장의 407호의 이야기, 모텔 선인장.

박기용 감독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가지는 느낌을 내러티브로만 차별화하지 않고 영상으로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감도(感度)의 필름 사용, 조명과 카메라 워킹의 차별화, 다른 현상 프로세스를 통해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내려고 했다. 박기용 감독의 오랜 준비작업에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가세하여 네 개의 에피소드가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영상이 함께 이야기하게 했다.

여름의 카메라는 느리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푸싱(pushing)이라는 현상 테크닉의 도입했다. 정우성과 진희경은 격렬한 섹스를 나누나, 사랑에 대한 문제에 봉착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다. 섹스는 거리를 둔 채 보여지고, 섹스 후의 대화는 타이트한 클로즈업으로 보여진다. 카메라는 포커스 아웃과 프레임 아웃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는데 주인공들의 답답한 상황의 심리를 전달한다.

봄에는 다른 에피소드와는 달리 짜장면 배달부와 청소 할머니, 여관을 이용하는 다른 연인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봄의 공간을 더 사실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대학생들은 영화를 찍으러 들어오지만 카메라는 그들이 찍어야 하는 영화보다 그들이 겪어야 하는 첫 경험에 많은 것을 할애한다. 첫경험의 설레임과 부끄러움, 그리고 두려움의 복합적인 감정은 그들의 사랑을 보편적인 사랑으로 보이게 한다. 네 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밝고 콘트라스트가 약화된 편안한 화면을 만든 풀링(pulling) 프로세스는 그들의 어린 심리에 작용한다.

술집에서 시작되는 가을에는 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두개의 이미지가 있다. 이것은 상처입은 남녀의 지극히 현실적인 섹스와 몽환적인 섹스의 비전을 만들어낸다. 욕실에서의 섹스는 고통스럽다. 카메라는 인물에 다가가 있고 컷과 컷으로 장면을 이어간다. 비전은 카메라와 인물 사이에 유리라는 여과장치를 설정하고 있으며 오버랩으로 이어진다. 카메라는 계속 두 사람의 처해있는 사랑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가서 사랑을 복원해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리고 다시 春 다시 봄은 어둡고 답답하다. 이미연과 박신양은 심리적으로 그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고정된 카메라와 롱숏의 롱테이크, 그리고 매우 강한 콘트라스트 등이다. 성냥탑에 편지를 태우는 마지막 커트는 사랑의 기억에 대한 하염없음, 복원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쓸쓸함, 망연자실함이 느껴진다.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감독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는 것일까?


민희수 / 이미연

대학시절 김석태와 연인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김석태와 헤어지고, 그 뒤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유학을 떠나지만 이혼녀가 되어 돌아온다. 대학시절 석태와의 사랑이 큰 흔적으로 남아있는 희수는 선배 장례식에 참석차 한국에 오면서 석태를 다시 만난다. 희수는 석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듯하고 그 사랑을 복원하고 싶어한다. 스스로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과거의 사랑에 얽매여 있는 여자.

최현주 / 진희경

영화의 도입부, 그녀가 실연 당한 친구에게 충고하는 말들은 여관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과 모순된다. 사랑하는 남자 이민구를 영원히 붙잡고 싶은 그녀의 집착은 헛되어 보이고 도리어 파탄을 앞당기는 듯 보인다. 현주는 맑고 순수한 면과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어두운 면 ? 두 가지면을 지닌 여자다.

이민구 / 정우성

그의 직업은 판매 사원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남자다. 그가 여관에서 현주에게 보이는 무심한 태도는 그가 단순히 육체적인 즐거움만을 위해 그녀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관심은 오로지 섹스뿐. 그녀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에 대한 집착은 그를 부담스럽게 한다. 현주가 자신에게 집착할수록 그녀에게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김석태 / 박신양

석태는 늘 긴장이 이완되지 않고 약간은 강박증적인 상태에 빠져 있는 남자다. 감정이 흐르는 대로 편하게 살지 못하고, 언제나 강한 이성과 자제력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려 한다. 대학시절 애인이었던 희수와의 과거때문에 괴로워하지만 희수에게 감정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회적인 관습과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본능적인 면을 이성적으로 제어하며 살아가는 지극히 인습적이고 세속적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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