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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랑에 빠졌어요!
...열입곱 늦깍이 초등학생, 그녀의 첫사랑
3월 0일 맑음
누가 나를 '아가씨'라고 불렀다. 학교 가는 길을 물어 보는데 목소리가 안나와서 손짓만 해주고는
도망쳐 버렸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그 사람. 웃는 얼굴이 너무 맑았다. 자꾸 그 얼굴이 생각난다.
목소리도... 아. 가. 씨.
7월 ×일 하루종일 비
그가 담임 선생님이 된 지 4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이 자꾸 수근거린다. 우리 선생님이 옆 반
양은희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양은희 선생님은 우리 선생님보다 나이도 많은
걸. 오늘 선생님이 양은희 선생님께 우산을 씌워 드렸던 건, 그냥 친절한 마음일 뿐이다. 내가
담 뒤에 숨어서 비맞는 걸 아셨다면 나에게 우산을 씌워 주셨을 거다. 그리고 양은희 선생님을
집까지 바래다 드리면서 내내 웃으셨던 건, 그렇게 환하게 웃으셨던 건... 가슴이 너무 아프다.
9월△일 하늘이 파랗다. 그날처럼...
양은희 선생님이 떠나셨다. 서울에 있는 약혼자와 유학을 가신다고 한다. 참 잘 된 일이다. 이젠
아무도 우리 선생님이 양은희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요즘 선생님은 부쩍 창 밖을
내다보는 날이 많아지셨다. 꼭 누구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실 기다리는 사람은 여기 있는데.
한번이라도 선생님이 처음 본 그날처럼 날 '아가씨'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다.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한 번이라도... 그리고 그 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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