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3월이 올까요?"

남산 순환도로 통행 매표소 동전함을 털다 걸려 1년 6개월형을 받은 18세, 한슬기가 <나쁜영화>의 프롤로그에서 하는 질문이다. <나쁜영화>는 모티브가 된 사건과 시나리오를 직접 쓴 아이들이 경험했던 자신의 이야기들이 같은 길바닥에서 사는 행려의 이야기와 짬뽕되기도 한다. 물론 <나쁜영화>를 위해 치렀던 연기자 오디션, 메이킹 필름, 즉석 인터뷰, 돌발 퀴즈 등이 기대하지 못했던 곳곳에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또 본드와 가스의 유해성을 상징하는 잔인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하고 건물 금고를 털러간 아이들의 행적이 컴퓨터 게임으로 CG화 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24프레임의 영화 속도와는 달리 아주 빠르게 또는 느리게 변속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종각 뮤직시티에 놀러갔다가 돈을 다 써버려 차비를 앵벌이하는 '뺀'의 비애. 우연히 친구따라 싸움터에 나갔다가 벽돌로 사람을 죽인 '새'의 알 수 없는 이야기. 돈이 없어 아리랑 퍽을 하는 '감자'와 댄서가 되고 싶지만 재능이 없어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프린스'.

뿅카를 타고 싶어 안달인 '똥자루'. 호빠 DJ '아임 떡'.
팬티만 달랑 입고 집을 쫓겨나온 '이쁜이'는 복수를 위해 후배 아이의 집을 터는데...
볼링비 엎어쓰기를 당하고 돈이 없어 빌딩에서 투신한 '새'가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다 우연히 만난 거지같은 행려 '내상'. 그러다 우린 내상과 함께 서울역 지하도 입구에서 기거하는 행려 무리를 만나는데... 지하도에 누워 자는 오래된 행려 '조기형',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지만 안 되는 애아범행려, 맨발의 만수, 왕눈이, zazi가 안 서서 마누라가 도망간 행려, 자신의 앵벌이 찌라시를 표절했다고 따지는 여자 앵벌이.

웃기고 울리고, 빠르고 느리고, 신나고 슬픈 나쁜 영화!

어른이 보든 아이들이 보든, 남녀 노소 불구하고 한국인이라면, 이 나라에 살고 있다면 무조건 공감하고 동조할 수 있을-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그래서 정말 좋은 영화가 될 것을 확신하는...

1. 독특한 캐스팅과 촬영

화양리, 이태원 등에서 취재를 하며 만나 1, 2차 오디션을 통과하여 선발된 <나쁜영화>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실제로 가출과 본드흡입, 절도를 경험한 일명 '비행청소년'들이다. 시나리오와 콘티도 없이 이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모아 이들이 직접 연기하는 영화이기에 <나쁜영화> 는 35mm, 16mm, Digital 6mm video 등 3종의 카메라를 동원한 독특한 촬영 방식을 택했다.

그들이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움직임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식이 동원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생동하는 현실을 잡아내야 했기에 인위적으로 나누어 찍는 방식보다는 ONE SCE NE ONE CUT의 촬영을 택했다. 또한 실제상황을 보여주는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몰래카메 라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쁜영화>를 찍는동안 나쁜 아이들이 매우 착해졌다. 좋은 아이들이 되어가는 것 같아 스탭들은 무척 흐뭇하다. 그러나 한편 스탭들이 아이들을 닮아 나빠져가고 있다. 맘대로 살고 싶어하고 신나게 놀고 싶어하고...

2. <나쁜영화> 정말 나쁜 영화인가?

변태적 행위, 오럴섹스, 윤간, 폭력 등의 문제장면을 포함하고 있는 <나쁜영화>는 '등급외 판정', '공륜 의 시대착오적 협박을 전복시키지 못한 센세이셔널리즘 그 자체'라는 혹평까지 받으며 새로움인가 아닌 가라는 끝없는 논쟁을 낳았다. 공륜과의 계속된 싸움 끝에 결국 10여분의 자진삭제로 국내 개봉되었다.

나쁜아이들

특별출연_ 한슬기
새_ 장남경
알쁜_ 김꽃지
똥자루_ 주진주
레드변_ 변상규
이쁜이_ 권혁신
아임덕_ 김덕기
공주_ 최미선
뺀_ 이현욱
프린스_ 박경원
감자_ 이재경

살아남은 행려 연기자

내상_ 안내상
아이아빠_ 기주봉
애꾸_ 신종태
마빡_ 민경진
노인_ 김기천
왕눈이_ 송강호
아이_ 기도영